brunch

아빠를 두 번 뺏긴 아이

아이들 이야기 3

by 핑크레몬















첫째 아이는 내 2번의 이혼으로 아빠를 두 번 뺏겼습니다.

내가 뺏은 것만 같아 언제나 마음이 아픕니다.


첫 번째 친아빠는 워낙 어릴 때 헤어져서 기억에도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모릅니다.

만일을 대비해서 사진을 가지고 있기에 원하면 보여주겠다고 했더니 원하지 않는답니다.

아이의 그런 반응을 이해 못 하는 바가 아니기에 강요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언젠가 알고 싶어 진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습니다.

이제 첫째가 더 이상 어린아이도 아니고 모든 걸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두 번째 이혼은 첫째가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너무 미안하게도 한참 사춘기일 때 두 번째 아빠가 떠났습니다.

이혼의 이유를 애써 감추려고 했지만 아이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너무 좋은 아빠였지만 아이에게는 외도한 아빠, 엄마를 배신한 아빠로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결혼 전에도 아빠가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사는 동안 최선을 다했고 이혼 후에도 여전히 좋은 아빠이고 싶어 했는데도 아이는 힘들어했습니다.


한동안 아이도 노력을 했지만 결국 첫째는 돌아섰습니다.

아마도 그게 엄마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나는 아이가 친아빠보다 아빠로 받아들였던 두 번째 남편이 계속 첫째의 아빠이길 바랐고 이혼 후에도 잘 지내길 바랐는데 그 사람도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도, 그게 엄마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아빠에게 애인이 생기고 나선 더 심해졌습니다.

아빠 애인과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와선 아예 단절을 해버렸습니다.

나는 괜찮다고 잘 지내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을 했습니다.

엄마도 이제 좋은 애인 만나라고 했습니다.

“엄마, 나는 엄마 편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엄마 편 할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을 했습니다.

재결합의 가능성도 없습니다.

엄마가 애인이 없다고 해서 아빠도 애인을 사귀면 안 되는 게 아닙니다.

아빠가 애인이 있다고 해서 엄마도 애인을 만나야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아빠를 거부합니다.

내가 애인을 사귀면 그 마음이 풀릴까요?

아빠가 지금 애인과 헤어지면 그 마음이 풀릴까요?

이제 우리는 그 누굴 위해서 사람을 만나지 않습니다.

행복해 보이기 위해서 애인을 만나지 않습니다.


아빠에게 애인이 생긴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아무리 외도로 우리가 헤어졌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혼자 살아야 되는 건 아닙니다.

친아빠보다 더 열심히 노력한 아빠였습니다.

그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이기에 아이가 아빠를 거부하는 지금의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엄마 편들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이해가 되기에, 더더욱 아이에게 아빠랑 잘 지내라고 강요는 할 수 없습니다.


나는 첫째에게 말했습니다.


엄마는 더 이상 아빠를 미워하지 않는다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 사람이 최고의 아빠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요

오히려 고맙다고요.

엄마는 아빠가 애인 만나는 거 아무렇지도 않다고요.

오히려 파트너라고 부를 수 있는, 동반자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걸 축하한다고요

아니 부럽다고요.

엄마보고 애인 만나라고 하지만 질투에 불타 누군가를 만나고 싶진 않다고요.


언젠가 아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면 아빠의 마음을 알게 될까요?

친자식이 아닌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가능한지 아는 날이 올까요?


나는 알기에 그 사람이 고맙습니다.


그런 고마운 사람을, 그런 고마운 아빠를 자꾸만 내가 뺏은 것 같습니다.

내가 아이를, 아빠를 두 번 뺏긴 아이로 만든 것만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날, 첫째가 다시 아빠에게 손을 뻗는다면 그 아빠는 아이 손을 꼬옥 잡아 줄 겁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그냥 압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