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이야기 2-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하겠습니다.
나는 아빠가 다른 두 아이를 키웠습니다.
첫 번째 결혼에서 딸 하나, 두 번째 결혼해서 또 딸 하나.
첫 번째 결혼은 어리기도 했고 남편의 폭력으로 이혼을 했기에 왠지 누가 봐도 그럴만한 이유인 듯하여 나 자신에게도 용납이 되었습니다.
둘째 아이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두 번째 결혼에서는 아이를 낳아야 될지 말지 정말 망설였습니다.
두 번째 남편은 초혼이었기에 아이를 무척이나 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째 아이가 워낙 어릴 때 아빠와 헤어졌기에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려고 무척이나 노력해 주었습니다.
누가 봐도 친아빠인 것처럼 정성을 다해주었습니다.
평일은 일 때문에 많이 바빴는데, 주말만큼은 아이를 데리고 전국을 누비며 여행을 했습니다.
너무나 좋은 아빠였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아빠였습니다.
첫째에게 충분히 아빠를 느끼게 해 주고 둘째를 낳자고 한건 그 사람의 제안이었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10살이라는 터울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10살 터울은 잘 없는데 그 이유가 바로 첫째를 위해서였던 겁니다.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너무나 고마운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째 아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새아빠가 잘해줘서 고맙기도 하지만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친아빠가 속상했을 것 같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친아빠가 그리웠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친아빠가 그리 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늘 첫째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어찌 되었건 내가 선택한 남자였으니까요.
제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한 아빠는 방치하고, 다른 아빠는 최선을 다하고. 이렇게 다른 남자와 살았습니다.
두 번째 남편이 마치 두 아이의 친아빠인 것처럼 살아주었기에, 나 또한 두 아이의 아빠가 원래부터 그 사람인 것처럼 사는 것이 남편을 위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도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늘 4명이서 식사를 했고 외식도 했고 여행도 다녔습니다.
원래부터 한 가족이었던 것처럼요.
두 번째 남편이랑 사는 동안 첫째 아이의 아빠가 따로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래서 둘째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내가 이 사실을 알려주기 전까지 언니와 자신이 아빠가 다르다는 사실을 상상도 못 했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유치원생 때 일이라 모를 수가 없지만 둘째가 이 사실을 못 느끼고 사는 게 좋다고 판단을 했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에게 이 사실을 말하는 게 아빠의 외도를, 이혼 사유를 알리는 것만큼 힘든 일이었습니다.
최대한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둘째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의심할 만한 일이 있었다면 알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비슷한 일도 없었기에, 오히려 엄마가 지금 하는 말이 사실인가 의심을 할 정도였습니다.
엄마의 첫 번째 이혼사유를 이해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전에는 그런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셋이서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더 이상 아무 설명도 필요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내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도 아이들이 아빠가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게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남편은 이혼 후에도 여전히 자신이 두 아이의 아빠인 것처럼 잘해주었습니다.
그러지 않을까 봐 두려웠는데 다행히도 그 사람은 지금까지 최고의 아빠입니다.
같이 살지만 않지 만날 때는 두 아이 모두에게 잘해주었습니다.
이혼직후 얼마간만 잘하다가 변하진 않을까 했는데 10년이 넘게 한결같습니다.
나는 첫 번째 남편이 어떠한 사람이건 첫째를 사랑합니다.
둘째도 사랑합니다.
너무 이뻐서 다음 세상에도 이 아이들의 엄마이고 싶습니다.
이 아이들의 엄마가 되기 위해선 두 번 결혼을 하고, 두 번 이혼을 해야 된다고 한다면 그래도 기꺼이 하겠습니다.
기꺼이 돌돌싱이 되겠습니다.
첫 번째 남편이 폭행을 한다 해도, 두 번째 남편이 외도를 한다고 해도, 설사 이 사실을 미리 안다고 해도 난 똑같이 할 겁니다.
그래야 이 아이들의 엄마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첫 번째 남편도, 두 번째 남편도 더 이상 밉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