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더 많이 사랑해 줄 걸 그랬습니다. 헤어질 줄 알더라도

두번째 결혼이야기 7

by 핑크레몬














많이 사랑했습니다.

많이 행복했었습니다.

그 사랑이, 그 행복이 영원할 것만 같았습니다.

많이 아껴줬습니다.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흠뻑 느끼게 해 줄 만큼 나를 아껴줬습니다.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되나 싶었던 적도 있습니다.

불공평하게 내가 이 모든 행복을 다 가져도 되나 싶었습니다.

내가 다시 이혼을 하게 될 줄도 몰랐지만 그 이유가 남편의 외도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습니다.


그렇게 사랑했는데 그 사랑은 왜 변한 걸까요?

어떻게 변할 수가 있을까요?

사랑은 원래 유효기간이 있는 걸까요?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면 사랑할 때 좀 더 사랑을 느낄 걸 그랬습니다.

그렇게 짧을 줄 알았더라면 그 사랑을 더 즐길 걸 그랬습니다.

살기 바빠서, 아이 키우기 바빠서 마음껏 느끼지 못하고 마음껏 즐기지 못한 게 참 아쉽습니다.


변할 수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그렇게 사랑에 잘난 척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죠.

감히 영원할 거라고 자신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한참 사랑할 때 우리는 둘 다 천국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걸 친구에게 말한 기억도 이제는 없는데 얼마 전에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내가 그때 그 시절 그렇게 말했었다고요.


뒤늦게 사랑을 만난 친구가 행복에 겨워합니다.

그걸 보고 내가 예전에 그랬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행복한 장면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나도 분명 저런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없습니다.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다시는 그런 행복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는 그런 사랑을 못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시간이 흘러 나도 누군가를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때 어렸습니다.

돈도 별로 없었습니다.

양가 부모님께 거의 의지하지 않고 우리는 하나하나 채워나갔습니다.

다 갖춰놓고 시작한 게 아니었기에 부족한 상태에서 하나하나 갖춰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없는데도 뭐가 그리 즐겁고 재미났었던 걸까요?

어려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누군가가 다시 그렇게 시작하자고 한다면 못 할 거 같습니다.

그런 사랑을 믿지도 않지만 그렇게 살아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사랑했어도,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던 그 사람이 변했습니다.

죽고 못 사는 그 사랑도 변했습니다.


그렇게 사랑한 것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사랑이 변할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던 내가 후회됩니다.


알았다면 그때 더 사랑해 줬을 텐데요…

이렇게 헤어질 줄 알았었다 하더라도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