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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그때 우리 사랑에 책임을 지고 있는 중입니다.

두번째 결혼이야기 6

by 핑크레몬













전남편은 분명 저에게 잘못을 했습니다.


헤어지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게 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게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는 일이라고….

정말 사랑했었기에 그렇게 하고 싶다고…


헤이지고 나서 그 사람에게서 이런 내용의 이메일이 왔습니다.

헤어질 때 나는 그 말을 100프로 믿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사랑했을 때의 그 사랑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이미 변해버린 사랑에 누가 그렇게 책임을 질까요?

또 다른 사랑을 만날 수가 있는 게 누가 그렇게 책임을 질까요?

지금이야 헤어진 직후니까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라는 게 그렇게 허락을 할까요?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말 자체가 고마워서

그래도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만큼은 진실이었구나 싶어서

이미 변해 버린 사랑이 너무 가슴 아파서

노트북 앞에서 한참을 엉엉 울었습니다.


약속한 양육비가 약속한 날짜에 꼬박꼬박 들어왔습니다.

처음의 나는 얼마나 지키나 두고 보자의 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약속한 날짜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너무 인색하게 굴지는 말자는 심정으로 며칠은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3일 뒤에 들어오더군요.


5일이 넘게 들어오지 않던 달 처음으로 그에게 톡을 보냈습니다.

못되게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성실하게 보내준 그 사람에게 어떻게 나쁘게 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확인 부탁드립니다.”

라고 이쁘게 보냈습니다.

출장 중이었다고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 이후로도 우리는 그저 이런 대화와 아이들 교육에 관한 이야기 외에는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잘 지내?” 뭐 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상을 받아왔습니다.

너무 기뻐서 전남편에게 사진과 함께 톡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이 세상 최고의 엄마야.”

라고 답이 왔습니다.

짧은 톡이었지만 형식적인 게 아니라 정말 기뻐서 보내는 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또 엉엉 울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아이들 좋은 소식이 있을 때마다 사진을 보냈습니다.

“역시 우리 애들이야.”

“우리 애들 최고야.”

“너무 자랑스러워.”

이런 톡과 함께 마지막은 늘

“당신은 세상 최고의 엄마야.”

로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습니다.

잘 되기 전까지 초반에는 빚을 내면서까지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을요.

그 사람 그렇게 약속을 지켜온 겁니다.

그렇게라도 잘못을 용서받으려고 한 겁니다.

그렇게 그가 정말 사랑했었다는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려 한 겁니다.


우리가 헤어진 지 11년째입니다.

그 사람 11년째 그때 우리 사랑에 책임을 지고 있는 중입니다.

11년째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중입니다.


미안합니다. 그때 우리 사랑마저 의심해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책임을 져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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