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직업 바꾸고 깨달은 것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아는가?

by 현모양처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가제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나는 35년 동안 8번의 직업을 바꿨다"


결론 먼저 말하자면?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1. 댄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춤을 추며 돈을 벌었다.

무대에서 준비한 춤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때 짜릿했다.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댄서로 성공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2. 배우

고등학교 3학년.

댄서를 직업으로 계속하려니, 오래 하지 못할 것 같은 판단이 들었다.

몸을 써야 하는 직업이기에 한계가 분명했다.

더구나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들보다 잘하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어느 날 연극 공연을 보러 갔다.

무대에 서있는 배우들을 보면서 느낌이 왔다.

'저거다!'

나는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 배우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대학교도 연기 전공을 했고, 대학원까지 갔다.

운이 좋게도 학교를 다니면서 프로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다.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했고 재밌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 뒤로 나는 연기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극 무대를 섰던 나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불안정한 게 컸다.

배우라는 직업은 선택받는 직업이었다.

누군가 선택해 주지 않으면 일을 못했다.

주도권이 없다고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 차.

연기 말고 다른 일을 찾기로 했다.


3. 연기 강사

29살.

"연기 입시 선생님 한 번 해보지 않을래?"

나의 연기 스승님이 제안을 해주셨다.


대학생 때 역할극 선생님을 했었던 경험이 있었고,

안정적으로 수입이 생길 수 있는 기회였다.

존경했던 선생님이기에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흔쾌히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선생님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이 부족한 지 뼈저리게 느꼈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매일 노력했다.

선생님을 하면서 오히려 학생들보다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었다.


행복했지만, 매일 부담의 연속이었다.

우울증이 도져서 9개월 만에 연기 선생님을 그만두었다.


4. 영업사원

30살.

갑작스레 서울에서 부산으로 떠나게 되었다.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만 했다.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영업 사원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직업 중 하나였다.

나는 필요하지 않은데 자꾸 강매하는 게 불편했었다.


그럼에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연기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나는 6개월 만에 팀장이 되었다.


어느 날.

영업할 때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고객의 이익보다 내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

물건을 팔기 위해 고객에게 구걸하는 내 모습이 싫었다.

사람을 숫자로 판단하는 문화가 징그럽게 느껴졌다.

나는 영업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5. 쇼핑몰

아직 30살.

'이전에 했던 걸 살려서 잘하는 건 무엇이 있을까?'


쇼핑몰 운영을 했다.

재밌었고 잘 맞았다.

영업에서 배웠던 것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시간 투자 대비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컴플레인의 스트레스와,

내 상품이 없기에 경쟁자들이 주변에 득실거렸다.

언제든 대체될 수 있었다.

평생 할 수 있단 확신이 들지 않았다.

2년 만에 쇼핑몰도 그만하게 되었다.


부산에서 연기 말고 여러 일을 하면서 점점 분명해졌다.

'어떤 걸 잘할 수 있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했다.

다른 사람을 즐겁고, 기쁘게 만들 때,

나와 다른 사람이 성장할 때 큰 행복감을 느꼈다.


이것에 맞는 직업을 찾아 나섰다.


6. 강연가/강사

32살.

나는 그렇게 기존 경험들을 바탕으로

나만의 수업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심리학+연기+춤을 결합한 프로그램.


수업을 할 때마다 가슴 가득 행복이란 단어로 가득 찰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점점 내가 만든 수업이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경험을 토대로 글도 쓰고,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강사로서 부산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는 제주에서 배우를 다시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무언가 마음이 꿈틀거렸다.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내려놓고 제주로 떠났다.


7. 다시 배우

33살.

제주로 훌쩍 떠났다.

제주에서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2달 만에 연기를 그만두었다.


생각보다 내가 연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 것보다,

내 인생에 더 잘 살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나는 빠르게 인정하고, 연기를 그만두었다.


연기 말고 다른 일을 해보지 않았었다면, 나는 연기를 계속 붙잡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으로 깨달았다.

'연기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세상에 할 일은 많고, 나에게 맞는 또 다른 일이 있다는 걸.


8. N잡러 (강사, 쇼호스트, 마케터, 리포터 행사 MC, 작가)

34살.

제주에 와서 나는 여러 개의 직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여기는 새로운 터전이었고,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에 부산에서 했던 수업을 하면서

상상만 했었던 쇼호스트와 리포터를 했다.

연기 경험 덕분에 빠르게 적응을 해나갈 수 있었다.


마케터도 했다. 쇼핑몰과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가게 장사가 잘 되도록 도와주는 일을 했다.

마케팅을 했던 가게가 장사가 잘되는 걸 봤을 때 짜릿했다.


행사 MC, 모임 진행을 하고 있다.

천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즐겁게 해 줄 때

연기를 처음 할 때의 짜릿함을 매번 느낀다.


나는 그렇게 제주에서 N잡러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금 하는 일들의 만족도는 어떠냐고?

100%에 가깝다.

왜 그럴까?

여러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일들은 평생 하고 싶은 직업들이다.


직업을 바꿀 때마다 든 생각이 있다.

'왜 이렇게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못하지'

'나는 실패한 건가?'

아니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하기보다,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


나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실패를 했지만, 경험이 쌓였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다른 사람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여러 세계를 살아봤다.

그 경험은 나를 카멜레온 같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변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지금까지 말한 직업 말고 여러 아르바이트도 해봤다.

고깃집, 전단지, 배달, 행사 진행 도우미 등

돌이켜서 보니 이때 경험들이 내 삶의 시야를 넓혀주었다.

내가 하지 못했던 생각들,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해 주었다.


"모든 경험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Conecting the dots"이 떠올랐다.

이 전의 경험은 현재 하는 일에 반드시 영향을 주었다.


나는 춤을 추었기 때문에 수업과 강의를 할 때 춤을 춘다.

춤추는 강사를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말뿐만 아니라 글을 통해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다.

연기를 했었기에 남들보다 표현을 잘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빠르게 친해지고, 편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직업을 여러 번 바꿔보니,

인생에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걸 느꼈다.

한 직업만 하다 보면, 그 직업만이 정답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다른 비교 군이 없기 때문이다.

그곳을 벗어나봐야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안다.


안 맞는다면,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게 좋은 게 아니다.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을 억지로 계속 먹는가?

그럴수록 그 음식이 싫어진다.


이때 용기가 필요하다.

정말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는 시도.

그러다 안 맞으면 어떻게 하냐고?

당신은 큰 수확을 얻었다.

맞는 걸 알았지 않은가?

빠르게 본인에게 맞는 걸 찾아 나서면 된다.


계속 직업을 바꿀 것 같지만,

그 과정 속에서 결국 나에게 맞는 무언가가 찾아지게 된다고 믿는다.

나도 처음엔 믿지 않았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사람들이 본인이 정말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해

직업을 바꾸고, 도전하는 게 이해가 안 되었다.


내가 해보니 그제야 알게 되었다.

정말 원하는 걸 찾기 위해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찾으려고 한다면, 분명히 찾아진다는 걸.

그 과정은 직업을 찾는 게 아니라,

나를 알아가고 찾는 과정이었다는 걸.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내가 찾아야한다는 걸"


예전엔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 못한 게 창피했다.

지금은 내가 자랑스럽다.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그만큼 여러 번 용기를 내었다는 증거니까.

용기를 내었기에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매일 행복을 누리고 있다.


물론 많은 돈을 벌거나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경험이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재산을 모았다.

훗날 내가 한 경험들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단 확신도 있다.


많은 직업을 바꾸고, 시도하는 것.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

이것 또한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본인이 원한다면, 나만의 해답을 찾고 싶다면. 용기내고 노력해야 한다는 건 확실하다.


당신에게 궁금하다.

"당신은 당신이 하는 일이 만족스러운지?"

"당신이 무얼 잘하고 원하는지 아는가?"


아니라면, 정말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를 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당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도 있다.


내 경험이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용기가 될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