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by 백아절현

1. 돌려서 말하지 않겠다. 이렇게 엄마가 죽나보다 싶었다. 생각보다 더욱 덤덤했다. 이게 우리 엄마 마지막이구나 싶었을 뿐이었다.


2 추석 다음날, 누나가 서울로 올라가기 1시간 전, 이태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엄마, 누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이번 추석은 4명이 아닌 3명이서 함께 했다. 큰 위화감을 느끼진 못했다. 다만 약간의 불안함이 내재해있는 정도였다. 식사 중, 엄마는 속이 좋지 않다며 바람을 쐬러 식당 밖을 잠깐 걷다 온다고 했다. 1분 정도 지나서 식당 문을 다시 열고 들어오는 엄마가 보였다. 표정은 어딘가 매우 불편해보였다. 식당 입구에서 우리 자리까지 열 걸음도 안 되는 거리였다. 엄마에게는 그 찰나가 천리행군처럼 느껴졌을까? 내 자리에서 한 뼘 정도 되는 곳에서 정면으로 마주했다. 엄마의 눈이 감기면서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3. 119를 불렀다. 엄마는 여전히 의식불명처럼 보였다. 엄마라는 단어를 목청껏 여러 번 외쳐보아도, 눈을 뜨지 않고 대답은 없었다. 이렇게 엄마가 죽나보다 싶었다. 생각보다 더욱 덤덤했다. 이게 우리 엄마의 마지막이구나 싶었다. 슬픔, 두려움보다는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저번 주에 여고 동창들끼리 제주도 2박 3일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들을 자랑하듯 보여주는 엄마가 떠올랐다. 사진 속의 엄마는 활짝 웃고 있었다. 엄마가 이렇게 활짝 웃을 줄 아는 사람이구나를 처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엄마는 최근 들어 옷에 재미가 붙어 핸드폰으로 온라인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이 옷은 어떤지 물어보는 엄마를 보며, 엄마가 이렇게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를 처음으로 또 느꼈다. 이제야 활짝 웃고, 옷을 고르고 입는 재미를 느낀 엄마인데, 지금 내 앞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앞으로 족히 30년은 더 웃을 수 있고, 새로운 옷들을 입어볼 수 있는데 말이다.


4. 다행히 엄마는 의식을 찾았다. 심장 검사와 뇌 검사를 받았지만 문제는 없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추측으로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는 이제 따로 살게 되면서 오는 정신적인 피로감과 불안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이 31살에 부모님이 별거하는 것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혼자 지내는 엄마가 걱정되고 신경이 쓰이는 것 말고는 내 인생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5. 난 늘 죽음을 두려워했다. 자기 전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상상하며 남몰래 울기도 했다. 아주 짧은 5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나는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자 삶의 완성이라며 끊임없이 자기 세뇌하던 지난 날의 효과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는 초연해졌나보다. 나의 경우에는 엄마보다 늦은 시일에 죽기만 하면 된다 싶다. 그리고 내 죽음에 또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급작스럽기보다는 마지막을 준비할 시간만 주어지면 좋겠다. 그거면 됐다. 하늘에 있는 엄마 만나러 간다 생각하고 편히 눈 감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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