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예술(2014)

by 백아절현


난,쏟아지는 비를 직접 맞지 못했다.불어오는 바람을 직접 맞지 못했다.창문에 흘러내린 빗줄기와 부딪치는 빗소리를 보고 들었을 뿐이다.창문 너머 흔들리는 나무와 바람소리를 보고 들었을 뿐이다. 난,수평선 위의 돛에서 나의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보들레르의 글을 통해 ‘알게’ 되었을 뿐이다.자연 속의 원시인들에서 야만성과 생명력을 찾을 수 없었다.고갱의 그림을 통해 ‘알게’ 되었을 뿐이다. 늘 한 단계를 거치니 늘 한 발씩 늦었다. 비와 바람이 내 안에서 몰아치는 줄만 알았다. 수평선의 돛과 원시인의 야만성이 내게서 쏟아진 본능인 줄만 알았다. 입술은 문학적이고 귀는 음악적이며 눈은 회화적이길 바래왔다. 하지만 그동안 꿈꿔왔던 낭만적 경이감은 그저 창문 너머의 풍경에 불과했다. 그동안 동경했던 황금시대의 영감은 실체가 없는 책 속의 글과 화폭에 불과했다. 적어도 나에게 한해서는 말이다. 난,비(非)예술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