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경지에 오른 자연

by 백아절현

1. 빼어난 자연경관 앞에 서면 ‘천의무봉’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완전무결하게 흠이 없는 인상을 받는다. 무질서와 불완전함도 예술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자연은 내가 아는 최고의 예술가이다.


2. 자연은 아름답고 웅장하다. 자연을 느끼는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마냥 베풀기만 하는 자선사업가도 아니다. 자신이 지구를 군림하고 있다는 듯, 때로는 카리스마를 뽐내기도 한다. 후 하고 입김을 불며 태풍을 선보이기도 하고, 물을 마구 흩뿌려대며 홍수를 일으킨다. 조금 더 심술이 나면 지구를 흔들어버려 땅은 갈라지고 애써 지은 건물들이 무너져내린다.


3. 이처럼 인간과 자연 사이에 이런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불현 듯 수만 송이의 꽃들을 수놓아 관객들을 또 감동에 젖어들게 한다. 하늘에는 갖가지 모양과 독특한 질감의 구름들을 그려주고, 해질녘에는 붉은빛 혹은 보랏빛으로 채색해 넋 놓게 만든다. 이것뿐이겠나. 잔잔한 빗소리, 새벽 창가의 새소리, 처얼썩 파도소리로 귀도 즐겁게 만들어준다. 바람으로 우리의 몸을 간지럽혀주고, 어떤 화학물질으로도 따라할 수 없는 고유한 향을 흩뜨려준다.


4. 자연은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는 인간들에게 “너희는 보잘 것 없는 존재야”라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준다. 그 필멸의 섭리를 깨우친 인간들은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되고, 자기반성을 하며, 사랑하며 살아간다.


5. 아름다움과 영감과 고뇌와 철학을 던져주는 자연은 예술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예술(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