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두

by 백아절현

1. 지금부터 10분 동안 아무 말이나 지껄일 심산이다. 현재 시간 11시 22분이다. 11시 32분까지 쓰고 얼른 자야겠다.


2. 연두가 보인다. 아니다. 연두가 날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연두와 눈이 마주쳤다. 연두는 눈이 많아보인다. 오늘따라 조명빨 때문인지 연두가 눈을 게슴츠레 뜬 듯하다. 날 유혹하려는 모양이다. 연두에게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꼿꼿함이 있다. 난 연두를 남자로 할지 여자로 할지 고민하다 여자로 하기로 했다. “연두야 기다려! 오빠가 물 주러 갈게~!” 이 말이 “연두야 기다려! 형이 물 주러 갈게” 이 말보다 낫지 않은가? 연두의 목소리를 들어봐야겠다. 바람 소리도 들리고, 시냇물 흐르는 소리도 들린다. 사각사각 흙 밟는 소리도 어렴풋이 들려온다. 연두는 자세가 불편해보이기도 한다. 살짝 앞으로 기울어져있다. 나한테 인사하는 것은 아닐테고, 왜 저 자세를 고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저 가냘픈 생명에게도 자존심이 있을테니까 내가 함부로 자세를 고쳐라고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때 맞춰 물을 주는 것뿐이다. 밤의 연두는 엄숙하고 장엄하다. 이 연두는 어디까지 자랄까? 언젠가는 내가 연두에게 의지할 날도 오지 않을까? 이 자식, 대범해보이기까지 하다. 겁이 없다. 밤이고 낮이고 비가오건 해가 뜨건 모든 시간에 맞선다. 연두는 뒷걸음질 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꺾이면 꺾였지, 뿌리를 뽑히지는 않겠다는 그런 의지인가? 연두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겠지?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을텐데, 오면서 멀미는 하지 않았는지 걱정된다. 4시간 반에서 5시간이나 걸렸을텐데 말이다. 박스와 에어랩에 꽁꽁 쌓여왔던데, 한여름에 더웠겠다. 나는 연두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오늘 연두를 관찰했다. 그리고 이렇게 글로 연두에게 말을 걸어본다. 대시하는 셈이다. 나의 욕구는 합당한가? 조명을 등에 업고 은은함과 고고함을 양껏 뽐내는 우리 연두. 11시 34분이다. 잘련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3. 연두야 너두 잘 자. 오늘은 너한테 물 안줄래. 너를 목마르게 하는 나는 밀당남 임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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