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절현에게.
순아 조금은 늦게 메일을 확인했다.
이리저리 치이다보니 내게 꼭 필요한 시간으로 돌아오는게 쉽지많은 않은 지금이다.
순아 니 편지를 읽으면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와 나다.
솔직히 나는 내가 해오는 행동과 생각을 알기에
그 기대가 조금씩 적어진다.
하지만 나는 내 정체성의 일부분인 너에게는
그 믿음이 확고하다.
봐온 눈과 시간이 답을 해주니 내 말은 틀리지 않을 거다.
오랜 세월이 흐르더라도 성장의 길에 선 동반자라로 손색이 없는 너다.
그러니 그 길 위에서 두렵더라도 굳게 걷길 바란다.
또 지금 많은 것을 포기하고 공부한다는 생각을 이해한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순이니깐. 호기심이 많은 너라는 걸 아니깐.
그래도 지금은 포기하지만,
호김심은 끝까지 지녀라. 그게 임배순의 몇개의 무기중에 손꼽히는 무기니깐.
나도 세상에 치이면서 나를 참 많이 포기한걸 이제서야 느낀다.
근데 그 시기에도 내가 지닌 소중한 것들을 품고 있었어야 했다는 걸 진심으로 느낀다.
그래서 이제는 그렇게 하려고 한다. 순아.
지내는 동안 누군가 나를 바꾸려해도
나는 나를 지키면서 최선을 다할거다.
나를 지키지못하고 시간이 흘러 세상의 입맛대로 바뀐다면 공허함과 방황뿐이 없다는 걸 알았다.
전화상으로 순이 니가 호기심이 필요없다고 스스로를 더 이리저리 치이게 만든다고 하는 말이 기억난다.
그래서 지금까지 최고의 성장을 이룬 너다. 고이 간직했으면 한다.
비록 지금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이 시간의 니 모습이 일시적인 걸 알았으면 한다.
나도 지금은 이 시간의 간절함 앞에서 정직해지는 네 모습을 더 응원한다.
부모님도 기쁘게 해드리고 나도 기쁘게 해주고 싶고
그리고 임배순에게도 당당해지고 싶은 그 마음을 더 키워 간절해졌으면 한다.
그래도 이 시간의 네 모습은 또다른 무기를 만드는 시간이지 완전한 네모습은 아닌 것을 알고
원래 가졌던 무기들은 잠깐 보관해두길 바라는 마음이다.
순아 니가 내게 해준 얘기가 참 고맙다.
그릇을 키우는 때가 온거라고.
나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감사한다.
정말 오랜만에 나를 바라보고 어질러진 생각을 조금이나마 정리한다.
잃은게 너무 많아 슬펐는데
남아있는게 너무나 소중해서 또 감사하다.
지금 우리가 29이네
어릴 적에는 몇 해가 흘렀으면 했고 항상 희망하고 기대가 됐던것 같다.
근데 지금은 30이고 31라고 그 이후라고 생각해보면
이제 희망보다는 조금은 두려움이 앞선다.
왜냐면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된 어린 사람이라는걸 너무 많이 느껴버린거다.
그래서 이제 나만의 시간이 절실해진다.
정말로 절실하다. 이런 두려움 앞에서 나를 다독이고 쉬어가게 하는 일이
지금처럼 나를 돌아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진실한 얘기를 하는 때다.
꿈만 같던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들이
서서히 세상이 맞춰준 옷을 입는 일은 슬프다.
랩퍼를 꿈꾸던 순이
서울대를 꿈꾸던 순이
재수를 하고 삼수의 성공을 꿈꾸던 순이
소설에 잠기고 여행을 떠나고 글도 끄적여보고
사랑도 하면서
사람들 속에서
네 빛을 발하던 순이
나는 요즘 그런생각이 든다. 순아.
마음 속에 눈빛 속에 그렇게 빛나던 우리의 순수함이
우리의 개성이, 우리의 정신이
사라져간다고.
가치있는 것들이 세상에 물들어 변해버리는 것이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성실함과 정직함과 긍정적인 생각과 많은 것들을 사랑하던 내 마음이
이제는 게으름과 부정적인 생각과 타인을 미워하게 되는 나를 자각할 때
나도 나를 지켜내지 못했구나한다.
그래서 참 슬프다.
이런 일들이 나의 정체성을 허물고
방황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한다.
허나,
절대로 순아 나는 내 마음 깊숙히 남아있는 이것들을 지킬거다.
물들어버려 다시는 찾지 못할 내 모습이 아니라
내 원래의 모습을 꿈꿀거다.
사랑하는 순아
니는 내가 본 사람 중에 눈빛이 제일 빛나고 살아있는 사람이다.
지금도 분명 살아있지만
만약 너도 세상이 점점 두려워지는 와중이라면
두려워말고 순수하게 미래를 기대하고 희망하자.
그리고 절대 변치말자. 평생을 만들어온 너를 한순간에 부정하고 바꾸지말고
사랑해주고 믿음을 가지자.
내 생각을 너무나 어필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재잘대고 싶은걸 어쩌겠네
하루 평온하길 바란다.
우리 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