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stay calm

by 백아절현

1. 고요함도 감상이 가능한 대상이다.

2. 당분간은 차분한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지속 불가능한 목표란 것을 나 스스로도 안다. 그래서 기한을 딱 한 달로 잡았다. 고요한 삶을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이 침실과 작업실을 분리했다. 이전에는 집에서의 모든 일상은 침실에서 이뤄졌다. 늘 누워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이젠 거실에 책상과 의자를 샀고, 조명도 가져왔다. 난 또 분위기에 취하는 놈이거든... 훗...

그리고 마지막! 마지막 준비물은 없던 것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있던 소음을 밀어내는 것이었다. 바로 늘 틀어놓던 시끄러운 음악이다. 난 꽤나 흥이 많은 인간이다. 베이스가 쿵쿵 을리는 음악들을 좋아해서 집에서건, 차에서건, 사무실에서건 비트에 맞춰 모가지를 흔들어댄다. 쿵! 딱! 쿵! 딱!에 맞춰 모가지를 까!딱!까!딱! 하는 내 모습을 사무실에서 나이 지긋하신 주무관님이 보시고 “모가지 부러지긋다~ 고만 흔들어라~”라고 일갈을 놓기도 하셨다. 그렇게나 즐기던 시끄러운 음악을 내 삶에서 아주 잠깐 떼어놓기로 했다. 영원히 멀어질 것도 아니고 잠시 어디 맡기고 온다는 생각으로 줄여나갔다.

3.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만족스럽다. 과장을 조금 보태본다면, 장황했던 내 머릿속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듯 했고, 그만큼 아낀 에너지는 내 삶의 새로운 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텅 빈 공간뿐만 아니라 텅 빈 소리에 점차 적응하니, 그 고요함이 일종의 음악처럼 다가왔다. 고요함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네?” 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이다. 휴대폰의 기능으로서만 바라보던 ‘무음’이 내 삶에 자리하니 ‘소리없음’ 그 이상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따금, 아니 이젠 종종, 고요한 상태로 멍을 때려본다. 일 하다가도 ‘무음’의 공간을 찾고 싶어진다. 고요함을 밑바탕에 채색하고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 바람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에 귀를 귀울여본다. 흰 바탕에 점을 찍듯 선명하게 그 소리들이 들려올 것이다. 스님들이 할 법한 소리를 내가 하고 있다. 지금은 토요일 밤 10시 54분이다. 선풍기 소리, 지금 이 글을 적어내려가는 타자소리에 내 숨결을 맞춰본다.

4. 오늘도 나는 기분 좋은 ‘고요함’을 감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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