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부여

by 백아절현

내 삶의 궤를 따라간다. 소중한 순간들 혹은 나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장면들을 그려본다. 그렇게 마주한 삶을 지긋이 바라보면 한 폭의 ‘스케치’ 같다. 듬성듬성 색이 묻어 있는, 그 외의 부분은 채워지지 않은 흑백의 스케치.

기억 속의 여백을 채워주는 색들은 뭘까? 자칫하면 밋밋해질 수 있는 삶의 화폭을 채색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의미부여’였다. 호들갑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지나치게 감성적이라며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조롱을 감수해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의미부여’만큼 손쉽게 내 삶을 긍정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 겪었던 일에 ‘의미’의 깃발 하나 꽂는 것이다.

감사하기, 감탄하기, 즐거워하기, 감동하기, 아쉬워하기, 그리워하기, 기뻐하기, 슬퍼하기 등, 느끼기만 하면 된다. 흘러가는 순간을 느낌으로써 내 손아귀 안에 잡는 것이다.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낀 것을 한 번만 더 곱씹어보면 된다. 그럼 그 순간과 장면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일상은 반복된다. 어제도, 오늘도 다름없다. 같은 모양의 어제와 오늘을 구분지어주는 것은 어떤 색을 칠하느냐이다. 기뻐할지, 그리워할지, 슬퍼할지, 감동할지는 나의 몫이다. 사소한 의미부여가 켜켜이 쌓이면 내 삶은 다채로워지고, 오늘을 충만한 하루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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