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by 백아절현

차 없이 평생을 걸어다닌 우리 선이씨가 말했다.

“아들아, 난 40년 교사 생활을 하면서 택시를 10번도 안탔거든. 지금도 습관이 들어서 택시를 못타. 너희들이 제발 버스 말고 택시 타고 다녀라해도 난 도무지 택시가 안타져. 내가 퇴직한다고 하니 이모들이 물어보더라 ‘너 연금은 받을 수 있니?’ 내 빚 때문에 연금도 안나올까봐 걱정이 된다고 하더라고. 퇴직 직전 1~2년간 처음으로 압류 없이 온전한 내 월급을 받아봤어. 내가 살아온 세월이 참 아득하게 느껴져. 어떻게 살아냈을까. 집이라도 있고 살아있는게 감사하다. 그런데 다시는 내 인생 못산다. 지금은 몸도 마음도 너무나 약해졌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거든. 그래서 난 내가 잘 살아냈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어. 삶은 견디는거고 버티는거야. 자기 할 일을 해내야하고.”


난 되물었다

“그럼 지금은 살만해요?”


“살아보니 세월이 선생이더라. 확실히 세월이 주는 여유가 있어. 내가 잘했다고 생각한 것도 내가 잘한 것도 아니었고,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것도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 것도 많더라. 근데 젊을 땐 대처방법이 어리석었어. 몰랐던거지. 더 따뜻할 수 있었는데, 젊음이 그런 여유를 안주더라. 내가 더 현명했어야했는데 화살을 밀어내기에 급급했었거든. 관심과 투정들을 나한테 날아오는 화살들인 줄 알고 밀어내고 톡 쏘아내는것 말고는 못했거든. 이제 와선, 그 사람만의 잘못이 아니었다는게 느껴져. 그 사람만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 젊음이라는게 내 앞길이 막막해서 저 사람을 상태할 틈이 없어. 다들 자기 입장에서만 떠들어. 근데 나이가 들잖아? 틈이 생겨. 그 틈 사이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거든.


”난 지금 행복해. 너희들이 급할 때 ‘엄마’하고 찾는게 행복해. 작은 돈 10만원이라도 줄 수 있는 기쁨이 너무 커. 사람마다 제각기 살아내는데 나름의 뭔가가 있으니 아들아 너도 열심히 살아봐. 돈을 떠나서 열심히 산만큼 결실이 이뤄져. 나이 든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지루하고 세월 바래도, 뭐든 경험이 곁들어지면 공감이 가고 알맹이가 없진 않아. 그러니 내 말 믿고 열심히 한 번 살아봐. 열심히 살아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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