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2024)

by 백아절현

나이가 들어갊이 서글퍼질 때가 있다. 나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 때가 그렇다. 그리고 그러한 나 자신으로 돌아갈 길이 점점 멀어지고 옅어질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해사했던 봄이 지나고, 뜨거웠던 여름도 지났다. 계절이 바뀌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아깝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는 무엇이 그리운지, 무엇이 아까웠던건가 싶기도 하다. 뭐랄까. 소담스럽다는 표현이 떠오른달까. 말캉하면서 탐스럽다. 그 이후의 시간들은 그저 반복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고의 순간들을 빛내주기 위한 보조자처럼 말이다. 처연함이다. 지금 이 순간은 분명히 처연하다. 그런데 아름답다. 탐스런 처연함이고, 말캉한 슬픔이다. 분명 바탕은 회색빛 도화지인데, 드문드문 빛깔들이 번져있다. 나는 사랑을 해야한다. 사랑은 탐스럽고, 사랑이 말캉하다. 사랑이야말로 흑백 세상을 칠해줄 색채이자 숨결이다. 나는 손을 건네보았다. 그러니 너는 내 손을 꽉 쥐어준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너는 나를 꽉 안아준다. 네 손과, 네 품은 말 없이 내게 말을 건넨다. 너는 언제나 그렇듯 나를 응시하며 웃어준다. 그렇다. 나도 두 눈 똑바로 뜬 채로 너를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나도 너를 향해 웃어줄 것이다. 잊지 않을 것이다. 너가 나라는 것을. 내가 곧 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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