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소풍

by 백아절현

“쌤이랑 대화하는거 재밌어요”라며 오전 내내 졸졸 따라다니던 샛별이는 꽃을 좋아했다. 등산길에 보이는 이런 저런 꽃들의 이름을 내게 알려주며 재잘대고 길가의 쓰레기들을 주우며 “자연을 지켜야해”라고 당차게 부르짖고 다녔다. 쉬는 시간에 멍하니 앉아 애기들 뛰어노는걸 구경하는데 샛별이가 형형색색의 꽃들을 건네준다. 살아생전 여자에게 꽃을 줘본 적만 있지 받아본적이 있었나. 떠올려보니 없다. 내려가는 길 누군가 내 왼쪽 팔목을 붙잡는다. 그러더니 그 고사리 손이 스르륵 내려가더니 내 약지와 새끼손가락 두 개를 붙잡고 나와 발맞춰 간다. 올라가는 길 말을 안듣길래 혼냈던 수민이다. 고사리보다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 두개를 꼬옥 붙잡아준다. 아.. 따뜻해.. 내 왼편에는 수민이가 나의 손을 잡고 있고, 오른편에는 나에게 꽃을 준 샛별이가 재잘대고 있다. 저~기 밑에는 시설주무관 형님이 말 안듣는 애들 혼내고 인솔하느라 땀을 흠뻑흘리며 동분서주하고 계신다. 그러고 나를 쳐다보더니 한 마디 크게 하신다.

"임계장~! 애들이랑 데이트하지말고 인솔을 해! 인솔을!"


아 맞다, 나 인솔자였지. "예 행님~" 대답했다. 그리고 나의 보폭은 큰 변함이 없었고, 애들과 손잡고 꽃구경하며 찬찬히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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