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

by 백아절현

나는 과연 너가 너 자신에게 솔직했던만큼 나 자신에게 솔직했을까. 내 마음 속 진심의 속살을, 저 마음의 막다른 길에 숨은듯 놓여있는 아주 새하얀 속살들을 가림막 없이 살펴보았던 적이 있었던가. 뱃속의 아기처럼 웅크리고 있는, 겁 먹은 진심을 두 눈 똑바로 뜬 채로 보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 찰나의 머뭇거림들은 신중함보다는 진심 겉의 껍데기들을 용기있게 벗겨내지 못한 겁먹음이었고, 자기확신의 부재였다. 난 무엇이 그토록 무서웠을까. 그렇다면 난 그 떼지 못한 발걸음들을, 떼지 못한 내 입술을 후회하고 있는건가. 점차 무거워지는 단호함에 괴로워하면서도, 속 깊은 곳에서는 묘한 안도를 느끼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가림막인걸까. 난 그 순간에서조차 내 속살을 드러내보이지 않았다.

난 여전히 사랑을 모르겠다. 난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다. 어쩌면 사랑은 솔직할 수 있는 자들의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어지럽다. 점멸하는 붉음이 옅어져가는 희끗하고 거뭇한 작은 불씨라고 여겼는데,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는 여전한 불꽃이었나보다. 아연하다. 하얀 속살 곁에는 불꽃이 나란한 채, 끝없는 나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무던하면서도 단단하게 들꽃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쉼없이 밀려오는 자그마한 열기에 진심은 외투를 벗듯 껍데기를 한 풀정도는 벗겨냈다. 사랑할 자격이 한꺼풀 생겼을까.

어떤 엇갈림은 열정적인 재회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덮어둔 세월은 마디처럼 작은 바람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화되고 몽롱해진다. 내가 나 자신을 이기지 못해 부대끼듯 토해낸 사랑의 파편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꺼풀 벗겨진 속살이었을까 아니면 채 벗겨지지 못한 껍데기의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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