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연한 용기

by 백아절현

황망하고 덧없는 순간들이 있다. 애써 강한 척해보지만 눈을 마주할 땐 해소할 길 없는 눈물이 쏟아진다. 갈 길 잃은 아이처럼 울음이 터진다. 그제서야 마음 놓고 울어본다. 그저 기댈 이가 필요했을 뿐이겠지. 모든 것이 지나가면 괜찮아질까. 어찌할 바 모름에 향을 든 손은 눈물처럼 떨리고, 어디론가 몰아세우는 낯섦과 긴장에 귀는 붉어져간다. 모든 것이 지나가면 괜찮아질까. 풍부하고 짙었던 잔상은 세월에 잘게 부서지고 그리움에 하염없이 몇 날 며칠을 걷기만 하는 날도 올 것이다. 그 지리멸렬한 그리움은 괴로움이 되고 불현듯 고독에 사무치겠지. 그러다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체념 상태에 빠졌다가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길가에 핀 꽃을 바라보기도 하겠지. 꽃이 무슨 색인지, 어떤 꽃인지가 무엇이 중요한가. 그런 삶의 무의미를 몰아내려할까. 벗어나려할까. 고통을 견뎌낸 흔적은 아름답다. 미어지는 삶의 비애를 온전히 받아내는 모습은 아름답다. 먹먹한 정적이 때로는 삶의 충동이며 몸부림이자 생에 대한 의지일 수 있다.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것도,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는 것도, 남몰래 혼자 중얼거리는 것도, 길을 걷는 것도, 하늘을 보는 것도, 무서워하는 것도, 입맛이 없어 끼니를 굶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어느 하나 삶이 아닌 것이 없다. 그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지 않은 생의 일부들이며 조각들이다. 그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하나 무의미하지 않은 것들을 사랑해야한다. 단 한 순간도 사랑하지 못할 순간들이 없다.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할 용기. 살아갈 용기. 몸부림칠 용기. 눈물을 흘릴 용기. 걸을 용기. 무서워할 용기. 그리워할 용기. 모든 것을 용기 있게 사랑하고 다시금 길가의 꽃을 바라볼 수 있는 의연함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러고 다시금 눈을 마주할 땐 눈물이 아닌 서두르지 않는 미소가 있기를 의연하고 용기있게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