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습작 5장

첫 불꽃

by 송도원

마을의 마지막 집이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소년은 비로소 완전한 혼자가 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잿빛 들판과, 그보다 더 짙은 회색의 바위 언덕들만이 소년을 맞이해 주었다.


마을을 떠날 때의 굳건한 결심은 매일 아침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밤의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조금씩 시험받았다. 낮에는 땀으로 젖은 옷이 밤이면 얼어붙는 고통이 반복되었다. 지독한 외로움과 육체적인 피로가 매 순간 그를 짓눌렀다. 배가 고플 때면 소년은 소녀가 챙겨준 빵을 아껴 먹었다. 빵의 온기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그것을 씹을 때마다 소녀의 격려가 마음속에 차오르는 듯했다. 소년은 소녀의 말을 떠올렸다.


'책 속의 사막은 늘 이글거리는 뜨거움이 느껴졌어. 네가 뜨거움을 찾아야 하는 곳은 사막과 태양이 만나는 지점, 햇살이 가장 먼저 눈뜨는 곳이 아닐까?'


그 추상적인 단서 외에 어떠한 이정표도 없었다. 소년은 잠시 눈을 감고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웠다. 희미하게 불어오는 바람,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도, 멀리서 들리는 듯한 아지랑이의 속삭임... 소년은 소녀의 말을 믿고, 미세하게 더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소년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며칠 밤낮을 걸어 마침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고운 잿빛 모래의 바다였다. 겉보기에는 이전의 황야와 다를 바 없는, 그저 막막한 잿빛 세상의 일부일 뿐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열기가 아니었다. 오래전 이 세상이 잃어버린 무언가가 깊은 땅속에서 숨 쉬는 듯한, 미세한 온기가 잿빛 모래알 하나하나에 스며있는 듯했다. 책 속 그림에서 느꼈던 강렬한 '뜨거움'의 아주 희미한 흔적... 소년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곳에 분명 무언가 잠들어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확신은 소년의 갈증을 채워주진 못했다. 소년은 잠시 멈춰 서서 물통을 열어 목을 축였다. 어느덧 물은 벌써 반도 채 남지 않았다. 소년은 타는 듯한 갈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막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발밑의 모래는 발목까지 빠져들었고, 뜨거운 열기는 지면에서 아지랑이처럼 솟아올라 시야를 흔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잿빛 모래 언덕은 마치 그의 앞길을 영원히 막아서려는 거대한 파도 같았다. 육체적인 피로가 극에 달할수록 목적지인 '햇살이 눈뜨는 곳'은 점점 더 멀어지는 듯 아득하게 느껴졌다.


바로 그때였다. 소년이 가고 있던 방향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거짓말처럼 더 짧고, 쉬워 보이는 길이 환상처럼 펼쳐졌다. 사막의 지형이 기적적으로 낮아지면서 평탄하게 이어지는 듯했고, 그 길의 끝에는 맑은 샘물이 넘실거리는 오아시스가 보였다.


그것은 지금의 고통을 멈추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만들어낸 사막의 시험이었다. 소년의 지친 몸은 본능적으로 사막의 신기루를 향해 발걸음을 떼려 했다. 소년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충돌하는 두 개의 '뜨거움'을 느꼈다. 목을 태우는 갈증의 뜨거움과, 심장을 뛰게 하는 약속의 뜨거움. 소년은 선택해야 했다.


"아니."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소녀와 함께 보았던 책의 그림을 떠올렸다. 그 그림이 주었던 '뜨거움'은, 지금 자신이 느끼는 이 갈증과 욕망과는 다른, 훨씬 더 순수하고 강렬한 무언가였다. 그는 육체의 '욕망'이 아닌, 소녀에 대한 믿음이라는 순수한 '열정'을 택했다. 소년은 굳건히 원래 가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소년이 등을 돌리자, 사막의 신기루는 아지랑이처럼 희미해지며 사라졌다. 몸은 여전히 지쳐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첫 시련을 꿰뚫고 얻은 내면의 불꽃이 마음 깊은 곳에 단단히 자리 잡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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