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행사가 있거나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이 잡채이다. 예전에 궁중에서 먹던 음식으로 잔칫날만이라도 임금처럼 고급음식을 먹어보자고 차렸다는 얘기와 생일에 면을 먹으면 장수한다는 속설에 의해 차린 음식으로 전해온다. 잡채는 갖가지 재료로 만들어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다.
340여 년 전에 만든, 우리나라 현존하는 한글 요리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음식디미방≫에 ‘잡채’가 나온다.
디미방 원문을 현대어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오이·무·댓무·참버섯·석이·표고버섯·송이·숙주나물·도라지·거여목·마른 박고지·냉이·미나리·파·두릅·고사리·시금치·동아·가지·꿩고기는 삶아 가늘게 찢어 준비한다. 후추· 참기름· 진간장· 밀가루 준비하여 즙을 만든다. 갖가지 것을 가늘게 한 치의 길이로 썰어 각각을 기름·간장으로 볶아 섞거나 따로 담기를 임의로 하여 큰 대접에 담는다. 즙은 꿩고기를 다지고 걸쭉한 장을 걸러 삼삼하게 간을 맞춘다. 참기름과 밀가루를 넣어 한소끔 더 끓여 즙이 걸쭉하지 않도록 한다. 즙을 적당히 끼얹고 위에 전초, 후추, 생강을 뿌린다…. 이것은 반드시 갖가지를 다 하라는 말은 아니다.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하면 된다.’
지금의 잡채와는 달리 즙액을 뿌렸고, 당면을 넣은 흔적은 없다. 지금은 잡채에 당면을 사용하나 원래의 잡채 모습은 아니다. 갖가지 재료를 숙채로 만들어 혼합해서 먹었던 것이다.
잡채는 우리나라 상차림에 화려함을 더한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도 손쉽게 장만할 수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마련할 수 있다. 색깔 구색만 맞추면 된다. 간장으로 맛을 내어도 되고, 깔끔하게 하려면 소금물을 풀어서 간을 맞춰도 된다.
작은아이 생일이라 잡채를 만든다. 면을 먹어야 장수한다니 잡채를 만들밖에. ‘반드시 갖가지를 다 하라는 말은 아니다.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하면 된다’는 장씨 부인의 말이 현숙하게 다가온다.
Tip: 갖가지 재료를 식용유에 따로 볶아 준비한다. 살짝 삶아놓은 당면은 간장·설탕·육수(없으면 생수)에 담가두었다가 볶는다. 갖은 재료를 한데 모아 간을 맞추고 참기름·깨소금을 넣어 버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