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나는 안방에 들어와서 힘없이 침대 끝에 앉아있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기운 없이 걸터앉아 있었다.
그때 내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엉켜서
눈은 떠있으나 아무것도 보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다 문득 나의 왼쪽 시야로 큰애가 들어왔다.
큰애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나는 큰애를 보며 "왜?" 하며 눈을 마주쳤다.
큰애가 조용히 말했다.
"엄마, 이리 와보세요."
나는 조용히 일어나 큰 애 쪽으로 한걸음 다가갔는데,
그때 큰애가 두세 걸음 다가오더니 갑자기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엄마한테 이게 필요할 것 같아서요."
나는 울지 않았지만, 울컥했다.
나에게 필요했던 위로를, 용기를, 격려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직관적으로 알아차린 고2에게서 받았다.
그 순간 '큰 애가 어느새 다 컸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따뜻한 등받이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때가 되니
우리 아이들이 내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
큰애는 십 대 후반에
작은애는 이십 대 초반에
그렇게 각자 다른 시기에 그 아이들의 속 사람이 영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