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인상적인 뇌 MRI

by 뚜와소나무


아이들의 뇌 MRI(자기 공명 영상) 자료들을 보다가

가끔은 미스매칭을 느꼈다.


검사 결과에 비해 너무 심각한 임상증상을 보이는 아동이 있는가 하면

역으로 검사자료에 비해 아주 다행스러운 기능을 보이는 아동도 있었다.


A는 사지마비를 보이는 뇌성마비 아동이었다.

여섯 살이지만 체구가 작아 엄마가 안고 다녔다.

아동의 뇌 MRI 자료를 보고서

나는 이 아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두개골 안에 꽉 차 있어야 할 뇌가 20% 정도밖에 없었다.

비어 있는 공간에는 어김없이 뇌척수액이 대신 차 있었다.

제3뇌실이 커져 있는 정도의 뇌손상과는 비교할 수 조차 없었다.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뇌의 80%가 없는 MRI 자료라니!

나는 내가 뭘 잘못 봤나 해서

한 번 더 CD에 담긴 자료 수십 장을 자세히 보았다.

대뇌에 남아 있는 것이라곤 얇은 피질(겉에 주름진 부분)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기적과도 같이

A는 엄마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MRI로만 본다면

침을 흘리고 음식 삼키기도 힘겹고 혀와 입술이 굳어 말을 못 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

실제 증상은 팔다리를 못쓸 뿐

삼킴 장애도 없고 침도 흘리지 않았으며 조음기관 이상도 없었다.

A엄마의 표정이 그렇게 밝았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아이와 서로 감정과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였으리라고 추정한다.


또 기억나는 한 아이는 서너 살 즈음된 B였다.

뇌척수막염의 후유장애로 반신불수 상태였고,

내원 당시 테그레톨이라는 항경련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두 달 전만 해도 잘 뛰어다녔는데

뇌손상을 입은 후론 말도 심각하게 어눌해졌고 잘 걷지도 못했다.

또래에 비해 총명했던 옛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려 온 가족이 크게 절망하고 있었다.

가져온 뇌 MRI 자료에는 오른쪽 뇌에 큰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손상 후 6개월 안으로 어느 정도 선까진 자연 회복을 할 수 있을 테지만

정상발달 범위까지 회복할지에 대해서는 예측이 어려웠다.

한약 투약을 몇 달간 지속하면서 지켜보았는데

다행히도 빠른 속도로 편마비와 언어장애 등을 극복해갔다.

그리고 6개월 정도 지나자 겉으로는 전혀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로 회복했다.


그 무렵 부모는 다시 뇌 MRI를 찍어 영상자료를 내게 보내주었다.

지난번 자료와 비교해보니 뇌손상 범위가 줄었지만

그래도 손상된 자국 자체는 없어지지 않고 뚜렷이 남아있었다.

마치 소싯적 결핵을 앓고 나았으나 여전히 폐첨 부위에 자국이 남아있듯이 그랬다.

치료가 다 끝나고 나서도 한 번씩 B의 할머니가 전화로 소식을 알려왔는데,

손녀가 예전처럼 아주 총명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편마비 흔적이 없다고 하셨다.


C아동은 왼쪽 뇌엔 특이소견이 없었지만 오른쪽 뇌는 뇌손상을 입어 ⅓만 남아있었다.

뇌가 ⅓만 남았다고 해서 뇌기능을 ⅓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일수록 사멸된 뇌세포 바로 옆에 살아남은 뇌세포가 죽은 뇌세포의 기능을 대신하기도 하고

혹은 반대쪽에서 그 기능을 담당하는 뇌세포가 전체를 떠안기도 한다.

그래서 C아동의 경우 뇌손상은 많이 입었지만

또래 평균에서 별 차이가 나지 않는 인지발달과 언어발달을 보였다.

좌우 뇌 중 한쪽이 콩알 크기로 흔적만 있고,

다른 한쪽 뇌는 정상적으로 발달한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의 IQ는 얼마일까?

내가 이 청년의 담당교수님으로부터 듣기로는 IQ 7~80 수준이었다. 50이 아니었다.

게다가 신체장애도 없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뇌 MRI 자료에 비해 좋은 기능을 보이면

이것이 뇌의 신비인지 신의 가호인지 몰라도 '다행이다'는 마음부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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