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인들의 대화

by 뚜와소나무

둘째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안드로메다 후계자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며칠 전엔 학원 가기 전에 잠깐 집에 들러서 하는 말이

"엄마, 우리 반 남학생 중 또 한 명이 저를 좋아한다고

친구들한테 얘기하고 다니는가 봐요.

근데 저는 걔 별로예요. "


그래서 나는 "와아! 넌 좋겠다.

너 좋다는 남학생들도 있고.

이제 '줄을 서시오'라고 해야겠구나. "라며 엄지척을 발사했다.

그랬더니

"네,

이놈의 인기란!

아무래도 은행에 가서 순번대기표 뽑는 기계를 빌려와야겠어요."란다.

(어~그건 좀... 오버인 듯)

오늘은 둘째가 새 축구화를 신고 드디어 서문여고와 시합을 하는 날이다.

하얀 백조같이 생겨가지고서

운동신경이나 체력이 하위 5% 이하인 것 같은데, 어쩌다 여자축구부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친구 따라 들어간 건가 추측해본다.

하여간 이러다 내부의 적이 되어 돌아오지 않을지 초조하다.


나의 걱정을 공감하는 남편이 아침밥상에서 기어이 잔소리를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공을 우리 팀 골대 안으로 넣는 짓은 절대 하면 안 돼. 알았냐!

예전에 콜롬비아 선수가 자살골을 넣어서 귀국 직후 콜롬비아 깡패조직이 쏜 총에 맞아 죽었잖아."라고

격한 교훈의 한 말씀을 했다.


그날 둘째는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공을 잘 차서가 아니고,

큰 키와 긴 팔다리로 서문여고의 공을 몸으로 맞아서 막아내었다고 들었다.

안경이 안 깨진 게 어딘가!

둘째는 절뚝이며 승리의 웃음을 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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