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입문 3개월 즈음에

by 뚜와소나무

진작부터 '글쓰기를 멈추고 돌아보라'는 메시지가 손님처럼 나를 찾아왔다.

불현듯 인식되는 이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좀 더 나은 길로,

거부하면 여전한 무지몽매의 길로 들어설 것 같다.

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고마운 일이다.

의식이 간과한 것을 해무 같이 아득한 저 무의식이 등대에 불을 켜놓았으니.


한동안 이 신호를 무시하고서

나는 뒤에 문제를 쌓아둔 채로 앞을 향해 나아가기만 했다.

브런치에 글 쓰는 재미에 맛들려서 그랬나 보다.

쉽게 멈춰 서지 못했다.

달이 연분홍빛이 된 오늘

이 야심한 시각에서야

더는 미루지 말고 멈춰야 할 때임을 고백한다.


내가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두 딸들이 시집갈 때

우리 가족의 추억이 깃든 사진과 글을 선물로 주고 싶어서였다.

실제로 나는 큰딸이 결혼했을 때

가족앨범에서 그 아이가 가져가고 싶은 사진들을 골라가게 했고,

'oo동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그동안의 글을 책처럼 엮어 선물했다.

즐겁고 아프고 아름다웠던 여러 에피소드들은 흐르는 시간 속에 너무나 쉬이 잊힌다.

사람들 관계 속에서 느낌으로만 존재하지

구체적인 기억들은 슬슬 없어지거나 왜곡되기 일쑤다.

상처가 되는 일은 그토록 잘 기억하고 곱씹으면서,

나를 행복하게 했던 수많은 일상은 그리 쉽게 잊히고 있음을

방치하고 사는 셈이다.

나는 그게 아쉬웠다.

그래서 일기보다 더 짧게 요약하는 형식으로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진료하는 일상도, 내가 자라온 날들의 추억이나 주변 사람들의 일들도 한 발씩 들여놓게 됐다.


어린 시절의 좋았던 추억은

좋은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거나

자부심과 용기가 되기도 했다.

양가의 그런 추억들이 모여

가정의 가풍으로 발전하면 참으로 멋질 것이다.


물론 내 안에는 나 자신조차 감당이 안되거나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하는 상처들이 있다. 그러나 끝내 극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상처마저

삶의 어느 단계에 이르니

같은 상처를 안고사는 이들에 대한 연민과 포용, 그것을 극복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응원으로 이어졌다.

완전히 극복했다고는 장담할 수 없고

극복을 기대하지도 않지만,

상처가 꼭 고통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 다행이다.


어쨌거나 긍정적인 추억이 많을수록 삶의 투지는 강해지고

부정적인 기억마저 다른 사람들과의 이해와 교감의 폭을 넓히는 것 같아

때때로 기억과록의 저력을 느낀다.


올여름 두 딸의 제안으로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되어 지원했고, 며칠 후 새 세상이 열렸다.

그냥 내 노트에만 남아있으면 될 일들이 확신 없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어 쑥스럽긴 한데,

다른 한편으론 수많은 브런치 작가님들의 세계를 무시로 여행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앞으로 한동안은 두서없고 맥락 없는 내 글들을 조금씩 정리하려 한다.

그 사이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전하고 싶은 말씀:

제 글을 읽어주신 다른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천 누르신 분들께는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제가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온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고생을 하며 살아온 사람도 아니기에

제 글이 혹여 어떤 독자님들께는 민폐이지 않을까 스스로 염려가 되곤 했습니다.

제 글이 좀 가볍다면, 그게 바로 제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깃털처럼 가벼운 일상을 회고하며 저와 독자님이 같이 한번 쓰윽 웃고 지나가는 게 제 바람이니까요.

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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