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기(穀氣)가 끊어지면 Ⅱ

마무리

by 뚜와소나무


지난주 우리 집에 다녀가셨던 로스쿨 교수님 부부는

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요즘 부쩍 고민한다고 하셨다.

나는 그분들에게 ‘고민 후 어떤 결론에 이르렀느냐?’고 여쭤보았다.

교수님은 “곡기를 끊어서 깨끗하게 가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라 답했다.

나는 “저도 같은 생각을 했었습니다.”라 말하고,

실제로 곡기를 끊어서 일주일 후에 돌아가신 주변의 사례도 말씀드렸다.

그리고 “그런데 곡기를 끊는다는 건 본능을 거스르는 것이라 대부분 실패합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노인이 되면 젊어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노화와 질병으로 고통받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늘어난 수명이 축복이 아님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요즘 우리 친정어머니는 이런 기도를 하신다.

“살만큼 살았으니

질병으로부터 더 고통받지 않고

자다가 조용히 생을 마감하게 해 주십시오.”

친정아버지의 지병과 친정어머니의 노환으로 고민이 많은 내게

얼마 전 작은아버지께서 이렇게 당부하셨다.

“살리려고 너무 애쓰지 말아라. 형님은 충분히 사셨다.”


작은어머니께서는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보니까

병원에서 노인 환자분에게 매일 똑같은 양의 샌드위치를 제공하더라.

노인께서 하나씩 드시던 샌드위치를 어느 날부터는 반 밖에 못 잡수시는데도

다음날이면 또 같은 양의 샌드위치를 제공하더라고.

며칠 더 지나니까 노인이 샌드위치를 4분의 1 정도만 드셨고,

더 지나니 그마저 못 드시다가 돌아가시더라.

한국 같았으면 밥을 못 드시면 죽을 드시게 하고,

죽도 못 드시면 수액을 공급해서 계속 살려두는데 이런 점이 캐나다와 다른 것 같아.”라는 말씀을 하셨다.

캐나다든 유럽이든 죽음을 수용하는 자세는 비슷해보인다.


이런 얘기가 오가자 남편이 말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동네 사람들 사이에 ‘뉘 집 할머니 수저 놓았단다’얘기가 돌면

그때부터 사람들이 초상 치를 준비를 하고,

뉘 집 돼지가 통통하게 살쪘는지 물어봤어요.

상여 나가는 날도 상주들 외에는 동네잔치 같은 분위기였고,

게다가 꽃상여를 장식한 큰 종이꽃들은 얼마나 예뻤는지 하나 얻어오기도 했었죠.

그때는 지금처럼 죽음이 삶과 분리된 게 아니었어요.”

예전 같으면 노인의 곡기가 끊어지면 돌아가실 날을 가늠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우리 큰 이모처럼 그게 가능한 환자도 있고,

우리 친정아버지처럼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환자도 있다.

내년 초에 우리 형제들은 이 일을 상의하기 위해 모이기로 했다.


임종하시는 분들께 내가 했던 말은

주로 감사인사와

아무 염려 말고 평안히 가시라는 말이었다.


내게도 언젠가는 곡기를 끊는 날이 올테지.

가족과 세상에 고마웠다는 인사를 남기고,

아무 염려 말고 평안히 살라고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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