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때면
나는 입술을 굳게 닫고
구각 방향으로 힘을 주어 조금이라도 덜 나와 보이려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 내 사진은 늘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 아름답지 않았다.
외모에서 오는 열등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너 가지는 된다.
내 이마는 ‘만주벌판에서 개 타고 말 장사해도 좋을 정도로 광활하다’고 친구들이 종종 놀렸다.
음~그깟 거 앞머리로 대충 가리고 다니면 그만이다.
긴 허리도 참 별로다. 그래도 이것은 가녀린 허리를 강조하고 풍성한 치마로 잘 덮어두면 된다.
그런데 돌출된 입은 정말 커버가 되지 않는다. 심히 유감스럽다.
교정으로 바로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도 안 그러신대, 왜 나만 이런 모습일까?
둘째 아이가 젖을 떼고 난 후에 나는 치대교수를 찾아갔다.
이때만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나는 들뜬 마음으로 먼 곳까지 교정치료를 상담하러 갔다.
그런데 나의 구강구조를 자세히 살펴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니 경우는 치아교정으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니는 일단 혀를 좀 잘라야 될 것 같아.
우리나라에서 혀를 자르는 수술은 서울대 치대병원하고 부산대 치대병원뿐이다.
거기로 진료의뢰서를 써 줄게. “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교정을 위해 발치를 2개 해야 하는지 혹은 4개 해야 하는지가 궁금했던 나는
혀를 잘라야 한다는 말에 엄청 황당했다.
친구는 자세히 설명해 줬다.
내 혀는 평균에 비해, 내 구강구조에 비해 길다고 한다.
입을 다물고 있을수록 혀가 윗니대문니 뒤쪽을 밀게 된다는 것이다.
혀를 그대로 두고서 치아교정만 하면 교정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 했다.
듣고 보니 일 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한 번도
내 혀가 어떤지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고,
더구나 혀를 자르는 수술은 설암환자만 부득이하게 받는 줄 알았다.
나는 생각을 좀 해보겠다고 하고 돌아왔다.
‘최종목적을 이루려면 내 혀를 잘라야 한다고?
지금도 발음이 시원찮은데 혀를 자르면 혹 혀 짧은 소리가 나는 건 아닐까?
수술과 수술 후 회복과정 동안의 우리 가족들과 병원 근무는 어찌해야 되나?
혀 수술 후 치아교정까지의 총비용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이 얘길 하니 남편이 펄쩍 뛰었다.
지금도 예쁜데 뭐 하러 그 고생을 하겠냐며 만류했다.
결국 나는 혀 자르는 수술이 무서워서 지금까지 돌출된 채로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대학동기 한 명이 오십 대 중년이 된 우리들의 사진을 보다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자신의 팔자주름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뻐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나랑 너랑은 입이 좀 나와서 팔자주름이 덜 생기는 거래.’라고 말해 주었다.
성격 좋은 그 친구는 최불암 님처럼 웃었다. ‘아 그래? 파아~’
입이 약간 나와서 좋은 점이란 딱 그거 하나 있는 것 같다.
나는 혀 수술과 교정치료를 포기하면서부터는 아무렇게나 웃는다.
입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대로 웃으며 찍는다. 꾹 다물고 찍었던 예전보다 자연스러워 봐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