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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와소나무 Jun 07. 2023

토종 클레마티스 파종기

-초보 식집사의 번뇌-

올해 3월, 사부인께서 토종 클레마티스 씨앗을 갖고 왔다.

현박사님이 내게 전해주라고 했다 한다.

지난가을 사돈댁 김장모임에서 만나 할미꽃 파종얘기를 나눴는데,

"그럼 이것도 한 번 싹을 틔워보시죠."라며 그분이 권한 게 바로 토종 으아리였다.

손이 크셔서인지  잔뜩 보내셨다.


클레마티스는 종류가 여럿이고,

토종 으아리도 그중 하나다.

나는 클레마티스를 키워본 적이 없어서

일단 네이버와 유튜브에 클레마티스 파종이란 검색어를 넣고 이것저것 살펴봤다.

그러나 딱히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파종에 겁먹기 딱 좋은 들만 많이 봤다.

'품종에 따라서 발아기간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는 어느 분의 말에

그냥 한숨이 나왔다.

'아니 이런 고약한 씨앗을 봤나!'


나는 컴퓨터 앞에서 가만히 생각했다.

'어차피 자연에서는 씨앗이 겨울을 지내니,

파종 전에 씨앗에게 인위적으로 겨울을 겪게 해 봐야겠다.'라고...


3월 26일, 이 날부터 4주간 냉장고의 야채칸에 씨앗을 두었다.

4월 23일, 냉장고에 둔 씨앗의 반을 꺼내 상토에 대강 뿌리고 일부는 텃밭에 줄뿌림 했다.

텃밭에는 미숙퇴비가 섞여 있어서 싹트기에 불리할 것이라 짐작했지만

상토와 텃밭의 차이를 관찰하고자 텃밭에도 뿌렸다.


 2-3주 지나자 상토와 텃밭에서 새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짐작한 대로 퇴비 때문에 텃밭에서 나온 새싹이 더 적었다.

 

그리고 5월 4일,

나는 야채칸에 방치해 둔 남은 씨앗을 지방의 지인 둘에게 택배로 부쳤다.

휴일 지나서 받은 지인들은 밭과 화분에 뿌렸다고 했다.


5월 31일 내가 지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보니

우리 집에서 자라는 중인 새싹의 성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씨앗을 뿌린 시기가 2주 정도 차이가 있었는데도

  경기도와 경남의 온도가 달랐기 때문인 듯하다.


 6월 6일 현충일,

우리 집 새싹은 떡잎 외에 본잎이 한두 장씩 나와 있다.

지난주부터 본잎이 시작되었다.

이제 이 많은 새싹을 어찌해야 할꼬?

손바닥만 한 우리 집 마당엔 몇 개만 심어도 충분한데...

싹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지레 겁먹고 잔뜩 뿌린 결과가 이제 감당이 안된다.

 날마다 자라는  새싹들을 보면서 초보 식집사는  큰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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