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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와소나무 Jun 12. 2023

이름표를 붙여줘, 내 장미에

-장미의 계절-

작년 봄 전원주택으로 이사 왔을 때

 마당에는 그 흔한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없이 

오로지 잔디만 깔려 있었다.

그렇다 보니 마당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논과 밭으로 이어진 이곳은 온통 녹색천지여서

마당에서 논으로 골프를 쳐도 그림이 될 뻔했다.


나는 마당에 설치된 전등과 하수관들을 피해 개간에 나섰다.

잔디를 캐내는 삽질이 힘들어 하루에도 여러 번 포클레인을 부르고 싶었지만,

은퇴한 사람이 가진 거라곤 넉넉한 시간과 밥 세끼 잘 챙겨 먹은 체력뿐인 관계로...


 불두화와 작약, 그리고 장미를 심었다.

아파트에 살며 화분에다 삽목 해놓은 산수국 세 그루를 땅으로 옮겼고,

공원을 산책할 때 채취한 꽃씨들을 트레이에 파종해 싹을 틔웠다.


1년 후 나의 작은 마당은 개과천선한 듯하다.

다양한 향기와 자태를 뽐내는 꽃들이 아침마다 나를 반긴다.

그중 덩굴장미들은 아치들 위에서 화관처럼 빛난다.


나는 종류가 다른 장미마다 언니와 동생들, 형부와 제낭의 이름을 붙였다.

개인톡으로 그들의 장미 소식을 전하고,

장미의 절정기에는 단톡방에도 소개를 했다.


이제 그들은 나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장미를 보기 위해 우리 집을 찾는다.


작년 8월 나는 로즈 데 톨비악과 아브라함 다르비, 자스미나를 삽목 해서 개체수를 늘렸다.

겨울을 지나 이른 봄 베란다에서 첫 꽃을 피우더니

땅으로 옮겨 심은 후에도 계속해서 꽃을 피우고 있다.




올해도 나는 삽과 호미를 들고 

잔디를 계속 줄여가고 있다.

나의 마당은 조금씩 더 넓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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