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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와소나무 Jul 24. 2023

고비사막투어 2-말

 홍고르엘스로 가는 비포장도로에서 나는 야생마 두 마리를 봤다.

시력이 좋은 가이드는 그들이 저쪽에서 달려올 때부터 눈여겨보더니, 모녀 야생마라고 우리에게 알려줬다.

야생마는 우리 곁에서 P턴을 하듯 꺾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같은 속도로 달렸다.

황홀한 경주였다.

야생마는 몽골에서도 보기 드물다고 하는데,

사막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힘차고 우아한 모습을 본 건 정말이지 행운이었다.


야생마의 포획은 불법이라고 하며

몽골말의 대부분은 가축으로 키워진 말들이다.

일부 길들여진 말들은 사람을 등에 태우지만,

그렇지 않은 말들은 등에 사람 태우기를 거부한다고 한다.       


페르시아산 말과 달리 몽골 말의 지구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말이 걷거나 뛸 때에  페르시아 말에 비해 훨씬 안정감이 들었다.

이번에 그 차이를 확실히 느꼈다.


말은 양이나 염소, 소, 낙타와 마찬가지로 몽골 유목민의 생산수단, 가축이다.

말고기는 주로 겨울에 먹으며

말고기 기름은 돼지고기 기름과 비슷하다고 한다.  

방배동에 말고기 전문 식당이 있었는데 

나는 그 앞을 여러 번 지나갔을 뿐 맛은 모른다.

몽골에 왔을 때도 말고기를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말은 9~10월에 살이 찌며 이때의 말고기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가을이 지나는 11월부터는 도축을 하고,

고기를 잘게 잘라서 건조시켜 보관한다.

다른 계절에도 도축할 수 있으나 그때는 고기가 질겨 맛도 덜하다고 한다.

말은 두세 살이 되면서부터 맛이 좋아지고, 생후 4년째 주로 도축을 하며

나이 많은 말은 육질이 질기고 맛이 없다.


말의 자연수명은 15년 정도이다.

첫날 몽골공항에서 고비사막으로 가는 도로 바로 옆에서 말 사체를 보았다.

초원을 보다가 갑자기 역한 냄새를 맡고 이리저리 둘러보니 바로 그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막, 그늘도 없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 한 무리의 말들이 모여 있었다.

보기에도 더운데 왜 흩어지지 않고 모여 있는지 의아했다.

그러다 곧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엄마 말들이 새끼 말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기 위해 모여 선 것이었다.

천적으로부터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서도 이 방법이 효율적이었을 것으로 보였다.


너무 더운 날에는 망아지들 머리에 유목민이 찬 물을 부어주기도 한다 했다.

더위 먹고 기절하는 망아지들도 가끔 있다고 가이드가 자신의 어린 시절 얘기를 해줬다.     


울란바토르 근처 초원을 지나갈 때 보니

고비사막에 비해 별로 덥지도 않은데도 이른 아침 망아지들이 단체로 바닥에 누워있었다.

더위에 체력소모를 줄이기 위한 행동이라고 한다.

망아지들 옆에는 어미말 몇 마리가 유치원 선생님들처럼 감독을 하고 있었다.

망아지들의 어린이집 낮잠 자는 시간 같은 느낌에 웃음이 났다.      

말은 1년에 딱 한번 출산을 한다.

몽골인들에게는 ‘망아지를 잘 지켜라’는 말이 내려온다.

유목민들은 보통 초원이나 사막에 말을 풀어놓고 사는데,

밤이 되어도 집으로 말들이 돌아가지 않고 그냥 들판에서 잔다.

하지만 망아지는 그렇게 했다간 늑대에게 잡혀먹기 십상이라

망아지가 말로 자랄 때까진 유목민이 잘 챙겨서 한 마리도 잃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망아지가 흰색이면 나중에 그 말은 흰 말이 될 수도 있고 갈색 말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1945년 러시아가 독일과 싸울 때 몽골은 러시아를 돕기 위해 말을 보냈다.

전쟁이 끝나자 말은 그 먼 길을 달려 스스로 몽골로 돌아왔다.

그 후로 사람들은 말이 사람보다 똑똑하다는 말을 했다.     


욜링암에서 얼음계곡으로 오가는 한 시간 동안 나는 말을 탔다.

몽골인 가이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말을 몰았지만

나는 안장 위가 편치 않았다. ‘왜 이걸 큰돈 들여 타고 있는지?’ 회의가 밀려왔다.

말이 달리자 내 꼬리뼈는 더 자주 쿵쿵 안장에 찧었고, 꼬리뼈 주변이 찰과상을 입었다.

겨우 한 시간 말을 탔는데 살갗이 쓸렸다.  

게르에 도착하자마자 약을 발랐으나 며칠간 계속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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