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혼란

3단 변신

by 뚜와소나무

사촌동생이 미혼시절에 종종 우리 집에 놀러 왔다.

하루는 지방흡입술을 하느라 하루 종일 힘들었다고 했다.

수술을 하도 많이 하다 보니

눈으로 대충 봐도

쌓인 지방이 몇 cm인지 파악이 된다 했다.


동생은 식탁에 앉자마자 느닷없이

"누나는 피하지방이 1cm도 안됩니다."란다.

'누가 물어봤냐고?'.

복부지방을 앞치마로 가리길 잘했다 싶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느닷없이 내 앞머리를 제치더니

"여자 대머리네!"라고 했다.


내 이마를 보고 광활한 만주 벌판이라는 사람,

그 만주 벌판에서 개 타고 말 장사하던 시절 생각난다는 사람도 있다.

나이 먹을수록 위로 영토를 넓히기 마련이지 않은가!

만주 벌판 너머 러시아로 진입하기에 이르러

나는 숱이 적으나마나

앞머리를 내려서 이마를 가렸다.

그런데 그날 느닷없이 들켰다.


치과의사 눈에는 남들 이만 보인다더니

성형외과의사 눈에는 지방과 못생김만 보이려나?

동생이 내게 성형수술 권유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 않고서는

갱생이 어려워서일지도 모른다.

동생은 성형외과의사 생활 10년 만에

정체성을 상실한 것 같다.

지켜보니 과정이 이랬다.

면허증을 받을 당시에는 분명히 의사였다.

그 후 의사인지 기술자인지 모를 정체성 혼란기를 겪었고,

그리고 이제는

본인을 예술가로 생각한다.

요즘은 계속 피그말리온 신화가 떠오른다.

나는 몇 년 전에야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부가가치세 면세업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 분야는 환자인지 손님인지 헛갈린다더니

분위기가 진짜 다른가보다.

대부분의 의료인이 부가세 면세사업자인데 비해 확실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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