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만 내세우는 부모유형
“이렇게 하지 말라고 엄마(아빠)가 말했지!”,
“부모한테 감히 말대꾸를 해?”,
“너 저리 가!”.
한마디로 엄격한 규율과 질서만 격려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태도를 취하는 부모다.
진료실이나 침구 치료실에서 가끔씩 자녀를 함부로 대하는 부모를 본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렸을 때는 부모의 완력이 두려워할 수 없이 복종하지만
좀 더 자라서는 오히려 냉담하거나 심하게 부모에게 대항하기도 하고,
마땅히 권위를 인정해야 할 다른 어른에 대해서까지 매우 무례한 행동을 하기 쉽다.
어쨌거나 뿌리 깊은 열등감을 갖고 살아가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매우 공격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굴종적인 태도를 보인다.
애정만 넘쳐나는 부모유형
“당신이 뭔데 우리 애 기(氣)를 죽여요!”,
“아이고! 내 새끼”, 아드~을!”하며 콧소리를 반쯤 섞어서 부르는 게 일상사인 부모가 있다.
이런 부모는 아이에게 끌려 다니며 분별력 없는 처신을 하기 쉽다.
3~5세 아이들이야 자기 맘대로 하지 못할 때 소리를 지르거나
머리를 박거나 남을 꼬집고 무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애정만 넘쳐나는 부모는
기꺼이 살을 꼬집혀 주며 아이가 원하는 것을 사줘서 달래곤 한다.
아이의 행동은 점점 제멋대로다.
그런데도 부모는 혹시나 자녀가 싫어할까 봐 감히(?) 타이르질 못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결국 충동조절을 못하고, 책임감과 독립심이 부족해지기 쉽다.
무관심한 부모유형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지, 알림장은 잘 써오는지 도대체 관심이 없는 부모도 있다.
부모 자신이 일중독이나 게임중독이 되어
아이가 하는 말에 건성으로 대답을 하며, 자녀 양육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또 자녀가 불평을 하거나 징징거리면 왜 그런지 원인을 살펴보기는커녕
시끄러우니까 돈을 줘서 달래고, 아이스크림 사주면서 그저 잠잠해지기만 기대한다.
자녀가 부모에게 다가가면 귀찮아하며 심지어 신경질을 부린다.
누가 애를 데려다가 길러준 후 성인이 된 후에 부모에게 돌려주기를 원하는 듯하다.
이렇게 방치되어 자란 아이는 관심이나 격려받을 기회가 거의 없어 위축되고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다.
아이는 말썽을 일으켜서라도 관심을 받으려 하지만 부모는 여전히 무관심하다.
결국 아이의 문제행동만 심해진다.
훗날 가장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진짜 권위가 있는 부모유형
공통된 특징은 균형감각이 있다는 점이다.
가족의 삶에서 부모 자식 관계만 중요한 것은 아니며
그보다 부부 관계가 우선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사는 부모다.
그래서 부부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동시에 자녀의 행복과 양육에도 민감하다.
그리고 현실에 대해 합리적인 이해를 갖고 있다.
IQ 80인 아들에게 서울대 가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또 모든 과목을 잘하라고 압박하거나 혼내지도 않는다.
진짜 권위가 있는 부모는 소위 민주적인 양육을 한다.
자녀의 욕구에 민감하고, 자녀를 위해 ‘좋은 부모 역할’을 공부한다.
자녀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옳고 그름을 일관되게 가르친다.
맹목적인 권위를 내세우진 않지만 나름의 엄격함이 있다. 가치관이 확립된 선이 있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의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적고,
가족 간의 이해와 협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
진짜 권위가 있는 부모에게서 자라는 자녀들은 자율적이고 행복한 인격체로 성숙해 간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의 정서
장애자녀를 둔 부모는 대체로 일반 부모에 비해 더 깊은 수준의 성숙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슬픔, 무력감, 노여움, 죄의식, 나약함, 당황스러움을 겪어가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자녀의 장애를 확인하는 순간
평범한 가정의 행복이 상실되고, 이 슬픔은 거의 ‘죽음’만큼이나 심각한 정도이다.
또 ‘전문가도 아닌 내가’ 장애자녀를 감당해야 하는 사실 앞에서 불안하고 무력해지며 당황스러워한다.
‘나만큼 성실히 산 사람도 드문데, 왜 내게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단 말인가’ 억울하고 화가 난다.
특히 아버지들의 노여움은 깊고 강해서 인생이 죄다 실패한 것처럼 낙담한다.
말을 아끼는 아버지들의 감춰진 좌절감이
장애자녀의 동생(비장애아)을 기르면서 회복되는 것을 나는 여러 차례 목격했다.
어머니들은 자녀의 장애가 선천적이거나 유전질환일수록 죄의식이 강하다.
그런데 부모가 죄의식을 가지면 자녀에 대해 과잉보호를 하기 쉽고,
부모 자신은 스스로 혹사당하기 쉽다.
장애자녀를 기르면서도 활기를 잃지 않는 삶을 산다는 것이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부모 중엔 성숙의 과정을 어느 단계까지 거쳐 온 사람들도 있고,
아직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고 있는 부모도 있다.
이들이 행복한 부부로, 따뜻함과 엄격함이 조화로운 양육자로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권위주의적인 부모, 조부모 아래서 자라 은연 중 같은 유형으로 학습이 되어 있었다.
뒤늦게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애쓴 결과 권위가 있는 부모유형으로 옮겨온 듯하다.
남편은 처음부터 권위가 있는 부모유형이었다.
덕분에 내가 나의 문제를 자각하고 고쳐나가는데 남편의 도움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