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발달지연
2005년 대한 소아과학회는 우리나라 아동 500여 명을 대상으로 언어장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학령기 전 아동의 약 30%가 언어발달이 정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미국의 16%에 비해서도 거의 두 배 정도 되는 높은 비율이었다.
이렇게 된 원인 추정에는 맞벌이로 인해 자녀가 부모와 지낼 시간이 부족하여
언어발달을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이 불충분해진 점과
과도한 TV 시청, 게임, 인터넷 사용 등으로 대화할 기회가 부족한 점이 대표적으로 지적되었다.
언어발달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언(言)은 자기 스스로 하는 말을 뜻하고, 어(語)는 다른 사람의 말에 대답하는 말을 의미한다.
언어는 나와 다른 사람이 교류하는 도구이자 인류가 정보를 축적하고, 습득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단순히 의사소통이 어려운 점 외에도 학습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어떤 아이들이 언어발달에 어려움을 겪는가?
대표적으로 언어발달장애아동이다.
여기에는 말귀는 다 알아듣는데 비해 표현만 늦는 아동도 있고,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동시에 표현도 뒤쳐진 아동이 있다.
지능이 정상인데도 유독 언어에 대해서만 터득이 잘 안 되는 일부 아동이 있다.
그다음으로 지능이 낮은 아동들이다.
이 그룹의 아동들은 어려서부터 늦게 걸음마를 시작하고
말귀를 또래들에 비해 잘 못 알아들으며 표현 언어도 늦게 발달한다.
대체로 손으로 하는 과제활동이 둔하여 가위 사용이나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 글씨 쓰기도 서툴 때가 많다. 물론 상황 파악이 잘 안 되어 동문서답할 때가 흔하고 또래들과 잘 사귀지 못한다.
자폐아동은 훨씬 심각하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무관심하다 보니 언어가 유독 더 발달하지 못한다.
이 아이들은 로봇이 말하는 것처럼 단조로운 음률로 혼잣말을 하거나
같은 문장을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등 쌍방향 소통인 대화가 극히 어렵다.
뇌손상을 입은 아동도 언어장애가 올 수 있는데,
가장 흔하게는 주로 발음이 부정확한 문제가 많고
뇌성마비아동의 1/3이 정신지체를 병행하므로 지능이 낮은 데서 오는 언어장애가 수반되기도 한다.
말이 늦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또래 평균에 비해 6개월 전후로 말이 늦는 것은 개인차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또래의 평균적인 수준에 비해 1년 이상 늦는 경우는 장애 범위에 해당된다.
문제는, 가정에서 부모들이 자각하는 수준이 제각각이라 조기발견이 늦어지는 점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아의 보호자 중에는 “얘는 말은 다 알아듣는데 표현만 못해요”라고 하는데,
실제로 언어평가를 해보면 이런 아동은 매우 드물다.
부모가 느끼기에는 일상생활에 별 지장이 없고 말만 좀 못 하는 편이라 여겼지만,
언어평가를 해보면 말귀 알아듣는 수준부터 지체된 경우가 흔하다.
대부분은 말귀 알아듣는 수준이 낮고, 표현은 더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부모나 조부모의 주관적 이해와 객관적 평가 결과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크면 다 한다”거나 “아빠도 말이 늦었으니 걱정마라”는 위로를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표준화된 대표적인 언어 검사지가 있는데
만 3세 이하에서는 SELSI(영유아 언어발달 검사),
만 3세~7세까지는 PRES(취학 전 언어발달검사)가 있다.
대체로 이 검사지로 평가한 결과 지연으로 나오면 실제 문제는 더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의학에서는 언제부터 치료기록이 나와 있는가?
거의 1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기 610년 제병원후론(諸病源候論)에는
치지와 유사한 개념인 치불생후(齒不生候:치지), 수연과 유사한 수세불능행후(數歲不能行候:행지),
발지와 유사한 두발황후 두발불생후(頭髮黃候 頭髮不生候), 신연에 해당하는 리수후(羸瘦候)가 나와 있다.
실제 후대의 많은 의서에서 제병원후론을 인용하여 오지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1114년 소아과 전문 서적의 효시인 소아약증직결(小兒藥證直訣)에서는
치지(치아가 더디남), 행지(독립보행이 늦어짐), 발지(머리털이 부실함), 어지(말을 늦게 함)의 용어가
최초로 사용되었다.
이후 1132년에 유유신서(幼幼新書)에서 행지와 어지의 용어가 사용되었고,
유사한 개념으로는 치불생(齒不生), 발불생(髮不生) 발황(髮黃)의 용어가 사용되었다.
이후에 의학입문 및 동의보감 등 수많은 의서에 치료기록이 나와 있다.
어지와 행지는 무엇과 관련 있는가?
아동의 첫 발화 시기, 걸음마 시기와 지능의 관련성에 관한 몇몇 연구 결과를 보면
지능이 낮을수록 말과 걸음마 시기가 늦은 것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한편 학습장애 아동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가
언어발달 지연이라고 밝힌 여러 연구들이 있다.
언어발달이나 독립보행이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늦다면 지능과 학습에 대한 상당한 예표가 될 수 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노력
언어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동시에
후천적 환경의 영향으로 더 개발되거나 혹은 덜 개발되기 때문에
선천적인 부족함을 보충하여 언어발달을 돕는 한약치료를 할 수도 있고,
가정에서 언어발달의 긍정적인 환경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아이에게 말하기를 강요하지 말고 오히려 부모가 짧고 분명하게 말을 많이 하도록 한다.
또 평소 책을 유치원 선생님처럼 재밌게 읽어주거나 아이가 하는 질문에 성의 있게 대답해준다.
더러는 힌트를 줘서 질문을 하거나 아동이 말할 때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것이 좋다.
만 2세 이전의 영유아들은 돌봐주는 주양육자와의 풍부한 감정적·언어적 교류가 언어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어지증 환아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면접지에는 여러 사정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엄마의 질병, 도우미 아주머니나 조부모의 무심함으로 아이가 TV나 비디오, 인터넷 등에 과하게 노출되어 언어발달이 늦는 경우들도 적지 않다. 되도록 시청하는 내용을 제한하고, 아이가 열심히 주변을 탐색하고 어른들과 상호 교류하는 환경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기발견과 치료에 관하여
미국의 경우 언어장애가 있는 아동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 발견되는 가능성이 약 20~30%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450억을 들여 2007년 11월부터 첫 시행한 만 6세 이하 아동에 대한 건강검진사업을 시작했다. 발달 이상과 성장 이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수월해졌다.
말이 늦다면 발달평가와 언어치료, 한약, 침구치료, 부모교육을 통해 실제적인 도움을 받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