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현실에서 존재할까?

자폐스펙트럼 장애

by 뚜와소나무

아쉽게도 현실에선 거의 볼 수 없다는 게 맞는 얘기일 것이다.

영화 레인맨의 주인공처럼 일부 자폐인은 특정 분야에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고 하는데 내가 진료한 아동 중에도 있었다.

자폐증의 스펙트럼은 넓어서 말을 전혀 못하는 경우부터 말을 유창하게 하거나 글을 잘 쓰는 자폐인도 있다.

고기능자폐를 아스퍼거증후군이라고 하는데 몇 년간 투약하며 진료했던 학생들 중에는

몇 년 후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진학한 학생도 있었고, 우체국에 근무하는 자폐인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폐인은 IQ 50 이하의 지적장애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자폐 특성 외에도 인지 결함으로 인한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더더욱 언어를 매개로 하는 이해와 소통이 어렵다.


더 곤란한 점은 3~70%가 뇌에 이상파를 보이고 있고,

사춘기로 갈수록 뇌전증 발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자폐증이 있는 자녀에게 지능 저하에 이어 뇌전증까지 겹치면

장애아와 함께 이인삼각으로 십수 년 열심히 달려왔던 부모들조차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모든 시간적·정신적·심리적·경제적인 노력에 비해

과연 아이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지,

부모 먼저 세상을 떠날 때 편히 눈감을 수 있겠는지를 따져보면

자폐아부모 모임의 이름이 하루회인 게 무리가 아니다.

자폐인 자녀보다 딱 하루만 더 살아서 아이의 뒤를 다 챙겨주고나서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뜻에서 지어진

자폐아부모 모임의 이름이 하루회다.

자폐아동의 문제행동이 제일 심해지는 나이는 만4~7세까지이고, 그 후로는 차츰 적응해가며 덜해진다.


더 심한 문제를 가진 아이들도 있지만 비교적 평범한 자폐아동의 일화가 기억난다.

귀엽고 뚱뚱한 8세 남자아이를 데리고 온 아이 엄마가 탈진상태로 진료실에 같이 들어왔다.

아이 대신 엄마가 진료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쳐있었다.

한의원으로 오는 동안 지하철 안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좋건 싫건 온몸으로 표현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들을 둔 엄마는

지하철을 타자마자 주변 사람들에게

“다들 아시죠? 자폐증이라고… 우리 아이가 그래요. 그래서 여러분들께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라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지하철이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깥 풍경을 보면서 흥분한 아이가

38kg의 육중한 몸으로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가냘픈 엄마는 아이를 붙잡고 진정시키느라 무진 애를 썼다.

그런데 그때 주변에 있던 한 사람이

“아무리 자폐아라 해도 그렇지,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하면서 혀를 끌끌 찼다.

그 사람은 감각쓰나미에 어쩔 줄 모르고 하는 자폐인의 행동이 교육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음을 몰랐겠지만,

부모는 그 상황에서 아무런 변명도 못하고 그저 죄인이 되었다.


사람들 중에는 자폐 아이나 그 부모를 도우려는 사람도 있고

그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빤히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작은 소란들이 성가시고 못마땅해 눈으로 욕하거나 나무라는 이들도 있다.

집안에서는 물론이고 집 밖에서 자폐장애인과 그 부모들이 겪는 일상사가 가시밭길이다.


어떤 아빠는 아홉 살 딸의 치과치료를 위해 대학 동기 세 명의 월차 날짜를 맞추곤 했다.

어떤 엄마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본인이 근무하는 직장을 대학병원에서 작은 병원으로 바꾸기도 했고,

다른 엄마는 대학교수직을 사임하고 몇달간 아파트 거실창 밖을 멍하니 봤다고 말했다.

우리 한의원의 사무직원들과 간호사들, 간호조무사들 역시 여느 한의원보다 훨씬 고된 업무를 수행했다.

자폐스펙트럼 아동을 돌보는 데는 치료사나 선생님, 의료인의 협조와 부모의 헌신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자폐 자녀를 기르고 돌보는 것을 일컬어 서울대 소아청소녀정신건강과 모 교수는

‘죽을 때까지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라 했다.

그것도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고군분투를 하면서 버텨야 하는...


진료실에서 물어보면 말아톤과 레인맨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안 봤다는 부모들이 종종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관한 인식을 깨우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반갑지만,

현실에서는 드라마처럼 그리 낭만적이지도 않고, 소통도 훨씬 제한적이다.

그래도 드라마를 통해 부탁하고 싶은 건

우리처럼 그들도 기쁘고 슬프고 재밌고 화나고 무안하고 수치스럽고 부끄러워하는 감정을 다 느끼므로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본을 잘 기억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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