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웩슬러에 의하면
‘지능이란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환경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이다’.
어떤 이들은 지능이 변할 것 같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어느 쪽이 사실에 가까울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능은 잘 변하지 않으나 변할 수는 있다.
한정된 범위 내에서 변한다고 알려져 있고, 그 변동범위를 반응 범위라고 한다.
한때는 Galton과 Terman 같은 초기의 지능검사 연구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지능이 타고난 생물학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타고난 유전 외에
후천적 교육, 성장환경이 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점차 밝혀졌다.
즉 타고난 지능이 100이라고 해도 후천적 환경이 좋을 경우 이보다 높을 수 있고,
반대로 후천적 환경이 너무나 열악할 때는 이보다 낮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능의 유동성으로 인한 최대 반응 범위를 20~25까지로 추정하며,
최선의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넘을 수 없는 최고점이 있고,
최악의 환경에서도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최저점이 있는 것으로 본다.
비유하자면 이사도라 던칸이 무용교육을 받지 못했더라도 수준 높은 무희 수준은 되었을 것이며,
포항 체절 철근이라 불리는 나는 무용교육을 어려서부터 받았더라도 무용학원 선생님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잘하지도 못하고 흥미도 없는 걸 억지로 오랜 기간 교육받았다가는 되려 문제아가 될지도 모른다.
결국 타고난 지적인 능력과 이를 지원하는 교육적 환경이 결합되어야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변하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들이 있다.
즉 성인기 초기까지 변한다는 주장도 있고,
별로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으며
Life cycle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지속된다는 주장도 있다.
일반적으로 지능검사를 신뢰할 수 있는 최소 나이는 만 4세 이상이다.
만 10세 무렵의 지능검사 결과는 성인기와 80% 정도 일치하여 성인기를 대략 예측할 수 있다.
만 15세 이상에서의 지능검사 결과는 성인기와 거의 일치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오랜 기간 관찰해보니
고등학생 이상에서는 여러 노력을 기울여도 지능검사상 의미 있게 향상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환아와 관련해서는 이런 자료가 있다.
십여 년 전 Pubmed에 소개된 유럽 소아정신과학 회지에 실렸던 내용이었는데,
정신지체아 동의 경우는 지능이 변하지 않았으며.
자폐아동의 지능지수는 언어 발달에 따라 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노년기의 지능은 성인 지능검사로 적절치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현재의 검사기법으로는 노년으로 갈수록 지능이 고평가 되기 쉬운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데이비드 웩슬러가 노인용 지능검사도구를 개발하던 중에 사망하지만 않았더라도,
지금 즈음 다른 연령대의 지능검사도구와 마찬가지로
치매검사 대신 표준화된 노인 지능검사도구가 임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실시한 단체 지능검사의 결과는 신뢰할만한가?
유감스럽게도 오차범위가 커서 신뢰하지 않는다.
단체 지능검사는 검사방법이 시험지 풀이식이라서 부정확하다.
임상심리사가 1:1 방식으로 검사한 결과만을 신뢰한다.
임상심리사 검사자 간의 차이는 5% 내이며,
검사자의 숙련도와 검사 당시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약간의 오차범위가 있긴 하다.
간혹 부모님들의 기대에 비해 지능지수가 낮게 나올 경우,
집에서는 잘하던 것을 낯선 장소에 와서 하다 보니 잘못했다면서 검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검사실이 낯설기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이고,
상황에 대한 적응능력까지 지능 평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결과를 수용함이 합리적이다.
예외적으로 어떤 이유에서건 피검자가 검사에 매우 비협조적이어서 실제 지능과 괴리가 큰 경우도 있다.
자녀의 지능지수는 부모의 지능지수보다 높게 혹은 낮게 나올 수 있다.
지금은 개의치 않지만 한때 나는 우리 아이들의 지능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고 좀 불만스러워했었다.
평균보다 낮게 나온 지능검사 결과를 받아 든 부모 심정은 오죽하랴!
어떤 아동에게 지능검사가 필요한가?
임신·출산 시에 특별한 문제가 있었거나, 발달이 느린 아이,
산만하고 충동적이며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공부를 열심히 해도 성적이 하위권인 아이에게는 지능검사가 꼭 필요하다.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 중 상당수가 지능이 평균에 비해 낮은 사례들이 흔하다.
역으로 나이에 비해 사고력 추리력, 응용능력, 말하는 능력, 손 사용 기술이 매우 뛰어날 때도
(적어도 또래에 비해 2~3년 이상) 영재아동일 가능성에 대비해 검사가 필요하다.
어떤 여섯 살 유치원생이 또래 친구들을 시시하게 여기고 종종 괴롭혔다.
진료실에서 내가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니, 아동의 지능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래서 부모를 설득해 심리평가를 받게 했고,
그 결과를 가지고 유치원 선생님, 원장님과 상의 후 바로 일곱 살 반으로 옮겼다.
달라진 건 월반 밖에 없었는데,
아이는 그 뒤론 친구를 괴롭히지 않았고 즐겁고 모범적인 유치원 생활을 했다.
초등학교로 바로 입학했어도 적응을 했을 지능지수와 사회성숙도를 보였지만,
검사를 받은 시기나 부모님의 뜻에 의해
유치원의 한 학년 올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능검사결과지를 받으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가?
우선 전체 지능지수(FIQ 또는 IQ라고 함)를 보고 어느 범주에 드는지 이해함이 필요하다.
그다음으로는 전체 지능을 구성하는 항목들 간의 의미 있는 해석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지적 기능 간 불균형이 있을 수 있고, 정서적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아이의 지적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학습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소항목들은 어떤 영역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어떤 영역이 특별히 어렵게 느껴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려서는 고르게 잘하도록 약점을 도와주고,
고학년 이상 중·고등학생들은 지능검사 결과와 적성검사 결과를 함께 분석해서
본인이 어떤 영역에서 가장 뛰어난 뇌기능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파악한 뒤
관련 대학, 직업, 필요한 교육계획을 세울 것을 추천한다.
공부를 많이 시키면 지능이 올라갈까?
별로 그렇진 않다.
미국의 어떤 연구결과를 보면,
일주일에 30시간씩 교육을 유치원 아이들에게 했더니 IQ가 10 정도 올라갔었는데,
수년 후 다시 검사를 해보니까 교육 이전의 수준인 맨 처음과 비슷하여
결국 조기교육이 지능에 대해서 별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반대의견도 있으나 그다지 영향력이 있진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식의 증가와 지능은 다른 차원이며,
이것은 지능검사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그 차이를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자녀들의 지능이 향상되기 위해서 부모가 할 수 있는 노력
우선 임신 준비과정에서부터 발달 초기까지의 육아 기간 동안
건강하고 편안하며 고른 영양식을 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산모의 스트레스 과노출은 태아로 가는 혈액 흐름을 나쁘게 하고 이는 뇌 발달에 좋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지능은 뇌의 가장 상층부에 있는 고급 기능이다.
집을 지을 때 1층, 2층을 지은 후에야 3층을 올릴 수 있는 것처럼
지능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먼저 오장육부가 건강해야 되고, 정서가 안정되고 또 운동기능이 좋아져야 한다. 특히 손 사용이 활발한 게 좋다.
그리고 나이가 어릴수록 학습지 풀이 방식의 틀에 짜인 학습보다는
자연 속에서 탐색하고 많이 뛰어놀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몇 년 전 뉴질랜드의 한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성인기에 매우 높은 지능을 보유하는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도시에서 유아 때부터 조기교육을 받아온 게 아니라
대자연속에서 스스로 탐색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관찰하면서 뛰어 논 그룹이었다는 것이다.
손을 많이 사용하는 찰흙놀이, 공기놀이, 딱지치기, 젓가락 사용, 실뜨기 놀이, 사방치기, 비석놀이 등
전통놀이가 뇌의 여러 영역을 자극하고 섬세하게 발달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휴대폰에 노출되어 보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더욱 신체활동을 강조하고 싶다.
부모가 온정적이고 실수를 허용함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아이의 불안과 강박은 창의성만 억제하는 게 아니라 기억력과 학습능력에도 불리하다.
그리고 부모가 자녀와 진지하고 재밌고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하다 보면
자녀의 지적능력이 자극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