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남편과 큰 애

ADHD(주의력결핍 & 과잉행동장애)

by 뚜와소나무

초등학교 입학할 때 ‘병원 다녀오라’는 친절한 안내가 되어있는 질환




한때는 제약회사의 판매 전략에 의해 ‘없는 병도 만든다’는 소리를 듣던 질환 중 하나가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and Hyperactivity Disorder : ADHD)였다.

ADHD로 진단받는 아이들이 2002년도에는 1만 6000명 정도였다가

2006년도에는 5만 3000명으로 집계되었다.

동시에 ADHD 치료에 대한 보험청구액도 엄청나게 늘어나

2002년도에는 5억여 원에서 2006년에는 107억여 원으로 4년 동안 무려 20배 가까이 늘었다.

게다가 2016년 고3의 ADHD 약물처방 보험청구건수가

2011년에 비해 64%나 증가해서 뒷말이 무성했다.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는

주의력이 떨어지고 산만한 증상이 주축을 이루는 주의력결핍 우세형인 ADD와

충동적인 행동이 더 심각한 문제가 되는 ADHD로 세분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산만하고 별난’ 정도의 아이들이었는데

TV 방송을 통해 이 질환에 대한 홍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이후로,

또 교사들이 연수강좌를 통해 접하면서

언제부턴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산만한 애들은 병원부터 다녀오라.'는 안내장이 가정으로 전달되었다.


일부에서는 세밀한 감별진단 없이 쉽게 진단하고 처방하는 경우가 있고,

강남 엄마들이 어렵게 구해서 고3 수험생 자녀에게 먹인다는 소문이 돌고,

실제로 학원 선생이 미국에서부터 불법으로 들여와서 수험생들에게 먹였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경우까지 발생해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긴 하다.


그러나 정작 이 장애로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아동과 가정이 있고,

훈육과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의 다양한 치료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양약과 한약의 주성분

ADHD 치료제 중 대표적인 양약 성분은 메칠페니데이트이다.

암페타민(우리나라는 수입금지 마약: 각성제)과 메스암페타민(속칭 히로뽕)과 같은 계열의 의약품이며, coffee 몇 배의 뛰어난 각성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추신경흥분으로 인해 차분해지고 주의력·집중력이 향상된다.


에페드린이나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들어있는 약물과 병행하면 중추신경흥분의 부작용이 커진다.

이 때문에 이 약을 복용할 때는 마황이 들어간 한약제제(소청룡탕 등)를 병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약물로 치료효과가 없는 ADHD 아동 중 20~30%는

항우울제나 다른 약제로 효과와 부작용을 조절하는 치료법도 간혹 책이나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다.

한약처방으로는 청심연자음淸心蓮子飮을 비롯하여 가감보심단, 대시호탕大柴胡湯 등

여러 처방이 사용되고 있다.

화火를 내리는 처방들 외에도 칠정七情이나 경계驚悸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때는

안신 安神시키는 처방을 선용하기도 한다.

중국의 동서 결합의(양한방 복수 면허자)에 의해 연구된 결과를 보면

리탈린에 비해 더 효과적이라고 발표된 광물성 약재들로 구성된 한약처방이 몇 개 있다.

하지만 이들 약물이 국내에서 사용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부작용과 몇몇 오해들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부작용을 관찰해보면

불면증, 식욕저하, 구역질이나 구토, 탈모, 틱장애, 환청, 환각, 불안, 의기소침. 우울, 조증 등이고,

한약의 부작용은 주로 복통, 설사, 식욕저하 등이다.


간혹 양약을 복용하다가 환청과 조증,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상용량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한 경우는

내 경험에 한정하여 말한다면 200명 중 1명 정도로 관찰됐다.

그리고 수험생이던 ADHD 학생이

복용량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고 오남용 한 결과로

이 증상이 나타난 적이 있었다.


반면 한약의 효과는 대부분 대기만성으로 나타나는데

간혹 초기부터 매우 효과적일 때가 있어서 ‘한약에 양약을 탔다’는 괴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약과 양약이 같은 성분인데 겉모양만 다른 형태일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조차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같은 성분이지도 않고, 같은 효과와 부작용을 보이지도 않는다.


초기효과는 대체로 양약이 더 뛰어나고 장기효과는 차이를 알 수 없으며 비용은 한약이 더 든다.

치료방법의 선택은 치료효과와 경제성, 부작용, 장기간 치료 결과를 모두 검토한 후 선택하는 것이 좋다.



ADHD 아동들은 평범한 지능의 아동보다는 다소 낮은 지능에서 흔하다.

IQ 80~90인 아동이 많고, 일부에서는 IQ 70~80 사이거나 혹은 IQ 120이 넘는 아동들이 있다.

성인 중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내 주변에도 꽤 있다.

지인인 내과 교수도 ADHD이고, 그 집 아이도

또 내 남편도 우리 큰애도, 동료 한의사 중에도 ADHD가 있다.

남편과 큰애는 주의력결핍이 우세형인 ADD다.

그리고 내가 진료했던 아동의 대부분은 주의력결핍보다는

충동적인 행동으로 학교나 유치원 생활에 어려움이 컸던 아이들이었다.


고민

나에게만 국한된 경험으로 봤을 때,

한약치료의 고민은 용량을 올리더라도 양약만큼 확실한 초기효과가 적다는 점이었다.

양약의 뚜렷하고 반짝이는 효과에 비해

차차 증상의 강도가 줄어드는 한약의 치료과정을 부모가 잘 견딜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ADHD 자녀를 키우는 것은 심신의 에너지가 바닥나는 일상을 매일 겪기 때문에,

도 닦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하루하루가 쉽지 않다.

학교나 유치원 선생님, 친구들의 눈치가 보이고,

더러는 엄마가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그냥 약을 먹이기도 한다.

어떤 엄마가 내게 말했다.

"누가 자기 자식을 문제아로 낙인찍히게 하고 싶겠어요.

그래서 정신과 약 먹이기 싫지만 먹일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내 생각엔

화난다고 책상에 커트 칼 던져서 꽂고 친구에게 의자 막 집어던지는 정도의

심한 공격성과 충동성을 가진 아동들은

그냥 양약을 복용하는 편이 문제행동 억제에 효과적일 것 같다.


부모교육

약 복용만큼 중요한 것은 사실 부모 자녀 관계다.

주 양육자의 성격이 급하거나 다혈질이라면

더더욱 부모교육을 병행해서

부모가 아이를 잘 이해하고 효과적인 양육이 될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해야

치료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타고난 기질을 순화시킨다거나

부모가 자신의 태도를 일관성 있게 바꿔가는 노력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부모교육을 위한 강의나 자료 배포, 부모의 심리검사 결과가 자녀의 치료과정에 도움이 된다.


산만한 아이들의 치료 경과와 검사도구

ADHD로 타 의료기관에서 진단을 받고 온 아이들 중 평범한 지능의 아이들은 드물었고,

주로 평균보다 약간 낮은 지능의 아이들이 다수였다.

때문에 주의력 이전에 지능 전반이 문제였으며

언어발달이 지체되고 있어서

어지語遲치료에 중심을 두고 화火를 내리거나 안신安神하는 약재를 썼다.


처음에는 아이들 대부분이 교사의 지도를 잘 따르지 않았고,

돌발행동이 잦아 친구들과 종종 갈등을 겪고 있었으며

엄마들은 아이 뒤를 따라다니며 챙기고 잔소리를 했지만

6개월~1년간 한약치료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주의 산만함이 개선되고 집중력이 길어졌다.

무엇보다 언어이해와 표현이 향상되고 상황에 적절한 대처가 가능해진 게 큰 변화였다.


평가는 ADS(주의력 검사도구)와 코너스 척도점수 및 지능검사를

치료 전과 후에 각각 실시해서

경과를 살피고 치료종결 시점을 정할 때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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