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실

by 뚜와소나무

한의원 근처에 룸살롱으로 유명한 호텔이 있었다.

하루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난생처음으로 침을 맞으러 왔다.

원장실에서 간단한 테스트와 진찰을 마치고 나오자

접수실 직원이

‘치료실로 들어가세요.’라며 그 환자를 치료실 입구로 안내했다.


안내를 받은 환자는 치료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는 비어있는 배드를 흘깃흘깃 보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가 도로 나갔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간호사가

“환자분, 어디 가세요?”라며 급히 물었지만,

그는 접수실 쪽으로 다시 나가 직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저기, 7호실이 어딨는지 안 보이는데요?”

그의 직업이 치료실 대신 7호실을 찾게 했다.

다음날 그 환자가 또 왔다. 이번에는 어깨가 아프다고 했다.

치료실 간호사가 "환자분, 상의를 다 벗고 베드에 엎드려 계세요." 라며, 침 맞을 준비를 시켰다.


내가 침을 놓으러 갔을 때

거기에는 용 몇 마리가 등이 꽉 차게 용트림을 하고 있었다.

푸른색 한 가지로 문신이 되어 있는 게 아니라

붉은색과 노란색도 들어가서 현란했다.

문제는 침을 뺄 때였다.

맨 몸에 침을 놓으면 침이 잘 보인다.

푸른색으로 문신했을 때도 발침에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형형색색이 들어간 등판에서 침을 찾으려면

시야가 어지러워서 침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느라 인상을 쓰고 침을 뺐다.

침 맞을 때 작은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은 그를 보며

그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이기에 이럴까 생각했다.


노안이 온 내 눈으로

그가 아끼는 용들의

똥구멍인지 발톱인지 모를 곳에서 발침을 하다 보면 잠시 어질어질하지만,

그도 보살핌이 필요한 환자일 따름이다.



어떤 선배는 한의원이 청와대 근처라

침 맞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한 환자도 가끔 있다고 했다.

무슨 말인고 했더니

경호처 직원이었을 듯한데 아무튼 양복 안에 권총을 차고 있어서

그걸 하나씩 다 벗고 침을 맞고, 발침 후에 또 하나씩 단계별로 입는 과정이

침 맞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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