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할아버지로부터 맹자를 배울 때, 나는 내 인내심의 바닥을 보았다.
모르는 한자가 자주 나와서 읽다가 막히기 일쑤였다.
2000년이 더 지난 옛날 옛적에 사용하던 농기구, 무기들의 이름은 물론이고
어린 내가 감을 잡기엔 너무 어려운 정치 얘기가 많다보니
늘 머릿속이 뱅글뱅글 어지러웠다.
맹자를 뗄 때까지 하루하루 이를 빠드득 갈며 버텼던 기억이 난다.
하여간에 내게는 사서 중 제일 힘든 책이었다.
대부분의 내용을 까먹은 와중에
불현듯 생각나는 글귀도 있긴하다.
아마도 혜왕이 물었을 것이다.
‘위태로울 때 제일 먼저 무엇부터 버려야 하는가?’
맹자의 대답은 이랬다.
“제일 먼저 식(食:먹을거리 혹은 이익)을 버리고
다음으로 병(兵:군사 혹은 무기)을 버리고
가장 최후에 버려야 할 것은 신(信: 백성들과의 신뢰)“이라 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백성의 신뢰를 잃은 왕이 측근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여럿이었다.
영토와 식량, 노예를 더 차지하기 위해
또는 주나라를 숭상하며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한답시고 합종연횡으로 몸살을 앓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위정자에겐 식과 병과 신은 다 중요하다.
우리 개인은 얼핏 거꾸로 생각하기 쉽다.
추상적인 신(信)을 먼저 버리고,
최후까지 식(食)을 움켜잡고 있어야 생존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국가라는 단위에서 생각하면 역시 맹자님의 탁견에 수긍이 간다.
위정자들이 위태로울 때는 실수를 할 때가 아니라 신뢰를 잃을 때이므로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언행이 국민들에게 무엇을 잃게 하고 있는지
스스로 깨우칠 필요가 있다.
양치기 소년을 신뢰하는 멍청이는
그를 보면 꼬리부터 흔드는 그의 충견(忠犬) 밖에 없다.
충견은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훌륭한 먹잇감이 되거나
혹은 양치기 소년을 버리고 먼저 내빼는 비극의 조연이 된다.
배울 때 지긋지긋했고
내 개인적 삶과도 별 관련이 없는 내용들이었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의 언행을 보다 보면
맹자의 글귀가 선명히 되살아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