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딸인가?

수학시험

by 뚜와소나무


중2 작은애의 중간고사가 시작되었다.

수학시험에 나름 기대를 갖고 있던지라 시험지를 대강 훑어보고서

'음~ 이거 완전 나를 위한 문제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고스톱 판에서 물 반 고기 반의 흐뭇함을 느끼듯이 그렇게 흥분해서 휘리릭 다 풀고,

남는 시간에는 처음부터 다시 문제를 풀면서 답을 몇 개 수정했다고 했다.


“엄마, 근데요.

쉬는 시간에 정답을 맞추어보니까

고친 문제가 다 틀렸고 원래 답이 맞았어요 “라며 약간 아쉬워했다.

아니 대성통곡해도 부족할 판에 약간만 아쉬워하는 저 뻔뻔함이라니!

그리곤 나한테 하는 말이

"엄마, 이제부터 저는 한의사의 딸이 아니라

그냥 엄마 아빠의 딸 할래요."란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흐이구! 정말 너는 대체 누구의 딸이냐?

너도 언니에 이어 안드로메다 출신이었구나.

그래도 나는 북한의 남침을 막아주는 중2를 너그럽게 바라보기로 했다.


큰애는 중1 때 첫 수학시험에서 50점도 못 받았다.

큰 애 말로는 수학시험 볼 때 시간이 남아돌아서 검산까지 다했다는데,

왜 점수는 그 모양이었던 걸까?


알고 보니 앞장만 풀고, 뒷장에 문제가 계속 더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답지 제출할 무렵에야 깨닫고선 발을 동동 굴리고 학교에서 울컥했나 보다.


학원 다닌 적은 없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때까지 학교에서 시험을 한두 번 본 게 아닐 텐데,

어떻게 저런 실수를 할 수 있는지 사실 나는 이해가 잘 안 됐다.


하지만 큰아이는 주의력에 약간의 핸디캡이 있고,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혼자 얼마나 자책을 했을지 상상이 되어 안타까웠다.


작은애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수학 문제 풀어가는 것이 게임처럼 즐겁다는 걸 맛본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