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백일을 지나 낮잠 시간이 짧아지자, 아이와 놀아주어야 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습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라 하루 종일, 몇 날 며칠을 아이와 단둘이 보내야 했지요.
말 그대로 ‘집콕 육아’였습니다.
그때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모빌도 책도 좋아하지 않는 아기와 대체 뭘 하고 놀아줘야 할까?’였습니다.
아이와의 시간을 채울 방법을 찾기 위해 틈만 나면 인스타그램 피드를 들여다봤습니다.
육아 인플루언서들은 매일같이 수많은 육아 정보를 쏟아냈어요.
인스타 속 엄마들은 아이와 빈틈없이 놀아주며 아이를 너무도 잘 키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엄마가 아니었지요.
그들이 소개하는 아이와 놀아주는 법, 아이와 갈 만한 곳, 아이가 먹어야 하는 것, 아이에게 좋은 책과 장난감까지...
그 엄마들처럼 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소비’였습니다.
그래서 공동구매 때마다 결제 버튼을 누르기 바빴어요.
그러면 저도 그렇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아이에게 좋다는 음식, 책, 장난감을 사들였음에도 정작 제 아이는 좋아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결국, 그들의 아이와 내 아이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아이를 위해서라던 저의 소비는 결국 돈 낭비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가수 이적을 포함한 세 형제를 서울대에 보내고 훌륭하게 키워내신 박혜란 님의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이라는 책이었어요.
“내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으면, 쓸데없는 정보에 솔깃해지기 쉽다. 그 신념이 흔들리는 순간, 나와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쓰레기 정보들이 나를 흔들어댄다. 쓰레기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평소 단단한 내공을 쌓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자녀관과 교육관을 굳게 세우고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제가 육아 철학 없이 계속해서 인스타 속 엄마들과 나를 비교하며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도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고, 그 아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자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무작정 그들을 따라 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
물론 그분들 역시 본인의 육아 철학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키우고 계시겠지만, 저에게 맞는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보다는 이미 아이를 훌륭히 키워 독립시킨 육아 선배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가까이에서 그런 분들을 찾기는 어려우니, 책을 통해 배워야겠지요.
그래서 저는 육아 SNS에 몰두하는 대신, 책을 통해 저만의 육아 철학을 먼저 세우기로 했습니다.
나의 신념을 가지고, 남의 아이들이 아닌 ‘우리 아이’에게만 집중하기로요.
그러다 보면 저에게도 내공이 쌓여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정보들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제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