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낳고 키우다 보니 첫째를 키우면서 했던 일들 중 후회가 되는 것이 몇 가지 있어요.
이제 육아 경력직이 되어 육아가 조금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동안 저도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겠죠.
첫째를 낳고 키울 땐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며 만나는 모든 상황을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책도 읽고 육아 정보도 검색했지만,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이라고, 이제 와 돌이켜 보니 더 잘 하고 싶어 찾은 방법들이 오히려 저를 힘들게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경험이 과거의 저와 같은 초보 엄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제가 다시 첫째를 키우면 하지 않을 3가지를 꼽아보았어요.
첫째, 무리한 수면 교육
첫째를 낳기 전 읽은 책 중에 <프랑스 아이처럼>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독립적인 아이로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실 그보다는 아이가 혼자 잘 자면 부부도 편하게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프랑스식 수면 교육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아이 수면 교육을 위해 여러 책도 읽고, 수면 교육 전문가까지 집으로 모셔 아이를 혼자 잘 재우기 위한 갖은 노력을 했습니다.
수면 교육의 핵심은 '기다림'이었어요.
아이가 혼자 잠들지 못해 울어도, 자다 깨서 울어도 아이가 혼자 울음을 그칠 때까지 부모는 개입을 최소화하고 그저 기다리는 것이죠.
잠귀가 어두운 저희 남편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아이가 조금만 엥! 하는 소리만 내도 잠에서 깨버리는 저에게 수면 교육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새벽에 아이가 깨도 방에 들어가지 않고 홈캠을 통해 아이를 바라보며 다시 잠들 때까지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1시간 동안 우는 아이를 기다리는 건 정말 고문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참고 기다리다 보니 아이가 깨지 않고 자는 날이 점점 많아졌기에 수면 교육은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이가 점점 자라 자기표현을 할 수 있게 되자 그저 울다 잠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엄마를 목놓아 부르며 같이 자겠다고 하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저의 수면 교육은 막을 내리고 아이와 함께 자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옆에 없으면 수시로 깨는 첫째는 제 옆에서 자니 오히려 깨지 않고 더 잘 자게 되었고,
자기 전 아이와 함께 꽁냥꽁냥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자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감을 주는지 깨달았지요.
그래서 곧 있으면 같이 자자고 해도 함께 자고 싶지 않아 할 아이와의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기로 했습니다.
둘째, SNS 쇼핑
저는 아이와 더 잘 놀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리고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SNS 공동구매를 통해 많은 물건을 사들였습니다.
월령별 교구, 장난감, 책, 간식 등.. SNS에서 아이를 잘 키우는 것처럼 보이는 엄마들이 파는 물건들을 사들이느라 집엔 점점 잡동사니가 쌓이기 시작했죠.
하지만 막상 아이는 그 모든 것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호기심이 많은 첫째는 엄마가 정성을 다해 고른 비싼 교구보다, 주방에 널려있는 물건을, 공원에 떨어진 도토리와 나뭇잎을 훨씬 더 재밌게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제야 저는 SNS에서 물건 사기를 멈추게 되었죠.
꼭 좋은 물건들이 아니라도 아이는 재밌게 놀 수 있다는걸 깨달았거든요.
셋째, 육퇴 후 야식
첫째를 키우면서는 아이와 저녁을 먹지 않고, 남편과 편안하게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아이가 잠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루 종일 육아에 지쳐 고단한 몸이었지만, 아이를 재우고 나와 TV를 보며 먹는 음식과 술 한 잔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야식을 먹고 12시 가까이 잠자리에 들면 속이 부대껴 쉽게 잠들지 못했고, 또 잠이 많지 않은 아이가 5~6시면 일어나 잠을 깨웠기에 잠은 늘 부족했지요.
늦은 밤 야식과 술 때문에 뱃살은 점점 늘어가고, 잠을 못 자 피곤하니 아이에게 이유 없이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육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은 육퇴 후 야식이 사실은 육아 스트레스를 더 키우는 일이었던 거죠.
그래서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아이가 자는 시간에 함께 누워 자니 컨디션이 좋아져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이 줄었지요.
그때부터 전 가급적 야식을 끊고 아이와 함께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둘째를 낳고는 이 3가지를 하지 않고 있어요.
엄마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 착각한 일들을 하지 않으니,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혹시 지금 아이를 키우며 힘들다고 느끼시는 엄마라면, 안 하면 더 좋은 것들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