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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이 사직서를 품게 되는 순간

by 이기적엄마

3년 전, 첫째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진짜 워킹맘의 삶이 시작된 거죠.


새벽에 일어나 아이가 깨기 전에 출근 준비를 마치고,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에게 뭐라도 먹이고 보내고 싶은 마음에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아이가 깨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녀석을 붙잡아 아침을 먹이고, 씻기고, 옷을 입혀 등원 준비를 하지요.


저희 부부는 신혼 때부터 아이를 가질 것을 대비해 저의 회사와 친정과의 거리를 고려해 이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서울까지 왕복 4시간을 출퇴근해야 했어요.


새벽같이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남편 때문에, 아이의 등하원은 온전히 제 몫이었습니다.


아이 하원은 차로 10분 거리에 사시는 친정엄마가 도와주셨기에, 친정 근처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죠.


그렇게 저는 아침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서둘러 출근했습니다.


그렇게 출근한 회사에서는 정신없이 오전 업무를 마치고 나면 점심시간이 찾아옵니다.


점심을 먹고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한 휴식 시간이지만, 사실 저에게는 그마저도 쉬는 시간이 아니었어요.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지만, 어쩔 수 없이 동료들과 함께해야 하는 날이 많았거든요.


그렇게 점심시간을 보내고 오후 업무를 마치면 또다시 서둘러 친정으로 갑니다.


그사이 친정엄마는 아이를 하원시켜 저녁까지 챙겨주고 계시죠.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렸을 아이를 꼭 안아주고, 다시 아이와 함께 집으로 향합니다.


집에 와서 아이와 놀아주고 있다 보면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 됩니다.


하지만 남편 역시 퇴근하자마자 쉴 틈이 없어요.


제가 아침에 아이를 등원 준비시키느라 어지럽혀 놓은 집을 정리하고, 곳곳에 널브러진 장난감, 아침에 먹고 그대로 둔 그릇과 아이 식판까지 설거지합니다.


그동안 저는 아이를 씻기고 재우죠.


그렇게 아이를 재우고 나면 어느새 9시가 훌쩍 넘어 있습니다.


그제야 남편과 저는 늦은 저녁을 먹으며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고, 잠잘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또다시 아침이 밝아오지요.


매일 이런 일상이 반복.


주말에는 평일에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을 달래려고 아이와 더 열심히 놀아주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습니다.


어디에도 내가 숨 돌릴 틈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둘째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둘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생기고 나니 눈앞이 캄캄해졌어요.


'이런 숨 쉴 틈도 없는 일상 속에 둘째가 들어갈 자리가 과연 있을까?'


첫째는 친정의 도움을 받아가며 어찌어찌 키웠지만, 이제 아이가 둘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대책 없이 시작된 둘째 육아휴직.


그리고 저의 무모한 육아휴직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복직해야 하지만, 복직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요즘 저의 가장 큰 고민은 '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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