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by 고미

에피소드 하나

얼마 전 연예인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예능을 시청했다. 끝나갈 즈음 엠씨를 보던 ‘김구라’가 잘나가는 스타 ‘이효리’에게 “효리야, 오늘 방송 좋았어” 라며 칭찬을 했다. 이효리는 가짢다는 표정을 짓더니,

“어디서 평가질이야. 너나 잘해.”

라고 말하며 모두를 폭소하게 했다. 상대를 곧잘 핀잔주던 김구라가 당찬 이효리에게 당하는 게 시원하면서도 마음에 파장이 인다. 칭찬을 받는다고 꼭 기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왜 평가하냐며 일침을 놓을 수도 있구나. 더구나 나이가 많은 남자를 상대로.


그런데 칭찬은 고래마저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칭찬을 듣는 사람은 자동으로 “아이, 아니에요. 잘하긴요.”라며 손사레를 치고, 여기다가 “감사합니다” 까지 얹으면 예의바른 겸손으로 마무리된다. 내 경우를 돌이켜 보면 워낙 칭찬에 목이 말라 누구라도 그렇게 얘기해 주면 배시시 웃음이 나오고, 내가 좀 괜찮아 보이고, 더 해 볼 용기마저 생겼는데......그런게 한껏 바깥을 향해 요동치는 마음이었나 싶다. 칭찬을 받으려 애쓰고 다른 이의 평가에 전전긍긍했으니, 겉으로는 의연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긴장한 채 타인을 살피는 내가 보였다.


두 번째 에피소드.

영화의 한 장면이다. 카레이싱을 하던 선수가 자기 팀의 한 직원의 작은 실수로 나쁜 성적으로 들어왔다. 경기가 끝나자 화가 난 선수는 모두의 앞에서 그 직원을 신랄하게 비판했고 그걸 보던 주인공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며 그녀를 두둔했다, 그리고 다음 씬. 실수를 했던 그녀가 주인공을 찾아가 말한다.

“제 편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제가 마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보이니까요.”


내가 누군가에게 엄청 깨지고 있을 때, 그게 또 내 실수이면서, 여러 사람이 지켜보고 있어 더욱 민망하고, 뭐라 변명하려 끼어들 수도 없이, 그저 아랫입술을 깨물며 자책과 수치스러움에, 떨리는 두 손을 힘주어 맞잡고 있을 때, 바로 그럴 때 누구라도 내편을 들어 주면 눈물 나게 고마운 게 아니었던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 일을 잘했던 잘 못했던 그건 온전히 나의 몫이다. 어떤 의미로 남을지, 환희도 책임도 내 안에서 이루어지고 결국 또 뚜벅뚜벅 계속 걸어갈 사람은 나니까. 칭찬이나 두둔을 밧줄 삼아 매달리는 건 자신이 없어서가 아닐까?


‘어렴풋한 어린 날

한 번쯤 들어본 말

훌륭하게 자라서

좋은 어른 되라고‘

(그룹 재쓰비의 곡 ’shut that' 중 일부)


그렇게 좋은 어른이란 모두에게 칭찬받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이젠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 “마음이 건강한 나‘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중요하지 않으며 내 안의 내게 인색하지 않는다.


‘내게, 언제의 나를 사랑하냐고 물으면

바로 지금

날 알아보고 날 믿어주는

너와의 모든 지금


아무것도 아닌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룹 재쓰비의 곡 ’너와의 모든 지금‘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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