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난임이야기 2
따르릉..
유독 전화연결음이 길게 느껴지는 오늘.
차병원 난임센터에 연결한다.
다음달 주말은 모두 예약마감이란다.
“스케줄 확인 후 다시 전화드릴게요.”
첫 난관부터 막히니, 무력감이 느껴진다.
올해부터 내 자신을 돌보기로 한 나는,
예전부터 배워보고 싶던, 오롯이 집중하기에 좋은 운동을 시작했다.
먼 거리라 운동을 가면서 이렇게 다니는게 맞나 싶다가도, 운동이 끝나고 나면 잘했다 싶다.
그렇게 운동을 다녀온 후 당이 떨어졌다는 핑계로 다크초코를 사러 마트에 들러
다시 차병원에 전화를 건다.
“산전검사를 했는데, 난소나이수치가 안좋게 나와서요.. 검사받고싶은데 예약가능할까요?”
여긴 상담센터가 아니라 초진예약이 어렵단다…
그렇게 3번째 전화를 건다.
같은 이야기를 세번이나 반복하고, 예약성공!
다음달 평일은 또 가능하단다. 그럼 이날 이때로 예약해주세요.
처음부터 평일은 된다고 해주지..
주의사항은 신랑분께서 “검사 5일전부터 금주, 금연, 금욕” 하셔야 합니다.
금욕. 어찌보면 참 웃긴 단어이다.
연애를 짧게하고 결혼한 우리는, 서로에게 적응하는 중이고 새로운 동네에서 적응하는 중이라
연애 때의 불타오름은 사라진 듯한데 금욕이라니. 그런거라면 자신있지.
둘다 베개맡에 머리만 대면 곯아 떨어지니.
결국 우리 부부는 난임센터에 가서 검사부터 받기로 했다.
지치지 않기로 한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희망고문이 되지 않게, 마음을 내려놓는다.
“오빠도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우리 댕댕이(글쓴이에게는 사랑스러운 5살짜리 강아지가 있다.)나 키우며 살자.
둘다 안 좋으면 고생해가며 아이가질 필요가 있나 싶어.“
사실, 검사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제일 앞섰다.
결혼 전에 비해 일을 줄여서 하고 있지만, 이렇게도 체력이 떨어진 내 자신이
일과 임신준비를 함께 병행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남자들은 잘 모른다.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이 무섭고 두려워. 자연임신 아니면 안하고싶은 마음이야.”
“그게 왜? 아이를 원한다면서, 다들 하는데 뭐가 무서워.”
야속하다. ”니 몸에 하는거 아니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마.“
결국 서러웠던 마음을 토해낸다. 내가 있잖아. 함께 하면 되지. 등의
위로의 말들도 해줬지만 한마디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름대로 강한 사람이라고 자신해왔던 나를 다시 돌아본다.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구나. 어른들께는 어떻게 이야기하지. 이야기하지 말아야겠다.
괜히 불안해 할테니. 마치 내가 어떤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아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
열심히 준비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 이야기해야지.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누군가의 sns를 보다보니,
자연임신 3번째 도전과 실패,
그동안 참던 커피와 라면을 마구 때려넣더라..
나도 그렇게 되려나.
나의 이야기가 아닐거라 생각했던 일이,
나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요즘은 뭐, 딩크족도 있다는데.
(글쓴이의 친언니 부부는 9년차 딩크족 부부이다. 그렇게 된데는 부부만의 속사정이 있다.)
일부러 서로만 바라보고 연애하듯 산다는데 뭐.
내 몸 안 망가지고 좋지 뭐. 시도해보지도 않았지만, 애써 위로해 본다.
그렇게 마음을 다 잡는 이야기다.
아직 적극적인 시도도 안 해봤잖아.
다 잘 될거야. 정말 뜻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뭐.
남들이 느껴보는 것들을 못 해봐서 마음은 아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