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비워냄.
우리의 삶은 때때로 공백을 필요로 한다.
공백이란, 곧 쉼을 말하고
쉼은 곧 비워내는 것을 말한다.
잠깐 멈추었다 가는 것도 괜찮다.
끊임없이 달리다보면 숨이 차고 가쁘고 버거울 때가 있다.
내 힘으로 안되는 것이라 생각될 때는,
잠깐 멈춰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쉬었다 갈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이 전부라 생각되어도,
이것을 내려놓으면 내 인생이 끝나는 것만 같아도,
인생은 계속되고 시간은 흐른다.
비워냄.
나름대로의 방법을 발견했다.
글을 쓰고,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누구나 삶의 짐이 있는 법.
그것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너무 무리하게 짊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한숨 크게 고르고, 머릿 속이 시원해지게 하는 방법도 있다.
내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고, 정리하고 싶던 시절.
몸도 마음도 병들었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근 3년간은 사람만나는 일을 자제했다.
특별히 어떤 에피소드를 통해서라기보다
인간관계도, 직장도 내 마음같이 않고 감정의 소용돌이치던 때가 있었다.
그 감정은 주로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이고 내 스스로를 해치는 생각들이었다.
내가 나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3년간의 나는 강아지와의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부모님과의 시간도 있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것이 그리도 오랜만이라 생각들 정도면
나 또한 버겁게 짊어지고 살았을지도.
나의 삶의 짐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 곳, 그 사람들과의 삶이 전부일 거라 생각했지만,
가족들의 응원으로 내려놓았다.
그것이 퇴사가 될 수도 있고,
인간관계의 끝맺음이 될 수도 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이 주어졌고, 나는 또 한번 극복해내고 있었다.
그 과정을 겪고 나니 앞으로를 살아갈 용기가 생기더라.
잘 다니고 있는 직장의 퇴사를 권유하자는 게 아니다.
나의 상황에 맞는 비워냄을 배워가자는 거다.
음악을 듣던, 커피를 마시던, 카페에 앉아 책을 읽던
나만의 비워냄이 필요하다.
그것이 잠깐이라도 좋다.
그런데 여기서 조건이 있다. 외향적 성향의 사람들은 또 사람을 만난다.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글쓴이가 말하는 비워냄은
'스스로 비워냄, 셀프공백'을 말한다.
오롯이 스스로 비워내는 연습을 하길 바란다.
그것은 앞으로 닥쳐올 어떤 역경도
단단히, 무던하게 맞설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이 될테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나의 문제점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이는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아주 작은 일이라도
큰 일이라는 듯 선생이 제자 가르치듯 말하는 사람이 있다.
알고보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을. 본인이 한번 양보하면 되는 것을.
그런 지적을 받을 때면, 기분나빠하지 말고
팩트전달->상황해결 순서로 이야기하기 바란다.
내가 한 일이 아니라면 당당하게 말하라.
"그 일은 제가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신경쓰겠습니다."
만약 내 영향이 1프로라도 있는 일이라면, 당당히 인정하라.
"죄송합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아마 사회생활에서는 2번대답을 원하는 상사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그래도 하지 않았다면, 당당히 말하라.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인정하며 살다보면
쿨한 줄만 알았던 내 자신에게도 피해의식이 생긴다.
차라리 쿨하게 인정하던지, 쿨하게 털어내던지.
어떤 방식으로든 비워내는 연습을 하길 바란다.
이 글이 혹자에게는 불편한 글이 될 수 있겠다.
내 상사는, 내 친구는, 내 배우자는
사과를 먼저 바라는 사람이라면
잘못하지 않은 일도 사과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겠다.
"미안해. 하지만, 그런 의도는 없었어. 내가 노력해볼게."
이때 내려놓아야 할 것은 자존심이겠다.
글쓴이에게도 자존심과 근자감으로 똘똘 뭉친 20대가 있었다.
지금도 아니라고는 못하지만, 내려놓는 연습을 하다보니
굳이 누군가의 짓밟음이 쿨하게 넘겨지더라.
오히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인정해주더라.
나의 경험담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직장상사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고,
존중은 없었으며, 그때를 떠올리면 수치스러움과 부끄러움이 다시금 떠오르기도 한다.
때는 20대 중반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열정이 넘치던 때였다.
새로운 분야다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일에 적응하느라 바쁘던 시기였다.
경험치는 낮은 상태이지만, 아예 다른 일을 시작하고 있는 내 모습에
심취해 있던 부끄러운 시기다.
어느날 직장상사는 업무 성과가 좋지 않은 나에게 조언이랍시고
카페 한 귀퉁이에 앉아 이야기했다.
"너가 하는 공부는 의미없어. 새로운 공부를 해 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내가 알려주는 걸 해. 그럼 잘 될거야. 너 자존심 센 거 알아. 근데 그걸 좀 내려놔."
아마 그대로 실리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순화하고 순화한 문구이다.
불편해요. 싫어요. 말 못하는 성격의 나는 양쪽 귀가 빨개진 채로
"네.네. 그렇게 해볼게요." 하고 집에 돌아와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잘못된 걸까.
하지만 지켰다. 내 줏대를 지켜 내가 하고 있던 공부를 계속했고,
그것이 지금의 발판이 되었다.
어쩌면 그 일이 독기를 품고 공부했던 계기가 됬을지도.
나이로는 두세살 언니었는데, 내가 보기엔 그의 운영방식에도 문제는 많았다.
그도 나도 아직 어렸고,
내가 아는 것이 전부였고,
내가 하는 것만 대단하다 여기던 때였으니 그럴만도 하다.
결국 나는 내가 원하는 길을 선택했다.
꾸준하게 가다보니 나의 기준대로 잘 살고 있고,
어디서든 나름대로 인정받으며 일한다.
억지스러운 고집을 부리라는 말은 아니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길을 걸으라는 말도 아니다.
내 삶의 방향설정을 명확하게 하자는 거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이 생긴다.
생각지 않던 변수가 찾아올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나와 같은 상황이 놓였을 때
똑같이 받아쳐야 할 지,
못 들은 척 넘겨야 할 지,
생각지 못한 상황이 닥쳐오면 우리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그 유연함은 주로 삶의 경험치에서 나오는데,
꼭 오랫동안 숙성된 시간이 중요치만은 않다.
책을 통해, 마음 돌보기를 통해, 사랑을 통해
마음 비우기를 하면 우리 마음은 단단함으로 채워진다.
내 마음에 공백을 주면 어떤 어려움이 와도
바람이 창문을 지나들 듯, 그냥 스쳐간다.
스스로 비워내길 바란다.
누구보다 소중한 내 자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