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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내리는 날

빗소리들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by Sarakim

추적추적,

밤새 비가 내려 나뭇잎들을 모두 적셨나보다.


더웠다 추웠다 날씨가 변덕을 부려

봄인지 여름인지 알 수 없는 요즘.


창문을 열고 비냄새를 맡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본다.


쌀쌀한 공기에 폭닥한 가디건 하나 걸치고 주절주절 적어본다.


매일 아침 하던 루틴이 귀찮아지는 날씨다.

괜스레 부지런했던 아침루틴이 하기 싫어 날씨탓을 해본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이 시간이 지나면 바빠질 하루 일상이니

나에게도 잠시 여유를 주자.


매일같이 나를 채찍질하기 바빴던 거 같아

오늘은 조금 쉬었다 가 본다.


터치감 좋은 키보드는 달팽이관을 간지럽히듯 내 마음을 기분좋게 한다.


소리로, 냄새로, 눈으로

잠시나마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창 밖에는 바닥을 적신 빗물을 밟고 다니는 차소리와

집앞 나무들 사이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울린다.

새들이 기분이 좋은가보다.

푸릇푸릇한 풀잎 냄새가 온 방안을 피톤치드 가득 채운다.


이 비가 지나고나면 더워지려나.

어제도 은근히 푹 찌고 습하고 더웠는데.

습도높은 공기가 코 끝을 스치듯 지나간다.


마음을 잘 추스려본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듯

부지런 떨기 싫은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본다.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작고 사소한 행복을 찾아본다.

오늘은 빗소리들으며 시작하는 하루가 행복이다.

귀를 간지럽혀주는 새소리가 고맙게 느껴진다.


몽실몽실 구름같은 강아지가 나에게 온다.

작고도 동그란 눈으로 말한다.

'나랑 놀아줘.'

이 작고 소중한 생명도 하루를 기대하고 있는걸까?

아, 나와의 하루를 기대하고 있구나.


하루 한시간이라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소중한 이들을 위해

나를 위해

작고 귀여운 댕댕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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