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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우기

내려놓는 연습

by Sarakim

무엇이든 내 힘으로 해내려던 때가 있었다.

내 의지, 내 열정, 내 관심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내가 가진 한계는 분명 있었고, 내 스스로 열심을 다하면 다 할수록

상대가 부담을 느낀다거나, 과하게 친절하다 생각하거나.

일적인 부분에서나 인간관계에서나 어느 영역에서든

잘 안 되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면 자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책할 필요없는 내 자신을 안쓰러워도 하다가,

뭐 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나는 내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적당한 책임감, 적당한 사랑과 관심, 적당한 거리유지.

적당히 평범함을 유지하는 일,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아마 30대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깨달아진 것 같다.

아직 깨달아야하고 깨달아지게 될 일들이 무수히 많이 남아있겠지만,

발버둥치던 20대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다 싶다.

허공에 대고 소리없는 외침을 하고, 발길질하던 나는

그때에 비하면 많이 컸다.


되돌아보면, 내려놓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했던 것 같다.

직장에서나 가정 안에서 내 자리가 주어짐에 대한 감사함은 잊지 말아야 한다.

가족에게 좋은 자녀,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 좋은 엄마가 되는 일,

직장에서 내 일이 있다는 것,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감사함을 마음 깊이 새겨두고,

내 자리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할 일들을 ‘꾸준히’ 해내는 것.

그것만이 정답이더라.


과한 열정이 과한 욕심이 되기도 하고,

과한 사랑이 상대에 대한 집착과 상처가 되기도 하고.

뭐든지 적당한 선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생각이 들었다.

남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잘 받는 나라는 사람은,

관계 속에서, 말 속에서

상대의 말과 행동이 조금이라도 언행불일치하면

마음 속에 상대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이 쌓여갔다.

누구나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만, 너무 깊이 생각하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나라는 사람은 적당한 거리유지를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내가 느낀 불편함을 상대가 느꼈을 수 있기 때문에

상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불편해하는 상대의 언행이 내 모습일 수도 있겠다.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을 상대를 통해 보고 상대를 탓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적당하게 인간관계하는 것,

누군가에게는 이 말이 너무 사무적이게 느껴질 수 있다.

파워 감성인이었던 내가 현실직시인간형으로 바뀌어가면서

(나이가 들어가며 누구나 다 겪게 되는 과정이지 싶다. 각자 겪는 시기만 다를 뿐,,,)

내 삶은 오히려 편안해졌다. 어찌보면 냉혈인간처럼 보일지 몰라도,

일터에서 친절과 웃음으로 일하는 것은 내가 해내야 할 일이고,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왕이면 웃음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나면 기분 좋지 않은가.

마냥 감성적으로만 생각할 일도 아니다.

내가 이만큼 하고 있는데, 왜 몰라주지? 라는 생각은 결국 나에게로 화살이 돌아오는 것.

’나만 잘하면 되.‘ 라는 마음으로 바꾸고 남 탓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를 탓하지 않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 하고 한번더 이해해보려 노력한다.

굳이 부딪히려 하지않는다. 부딪힘을 공격적으로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대화로 풀어보려 노력한다. 마음에 불편함이 있다면, 솔직하게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나를 보호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자기보호도 너무 강해지면, 자기과시가 된다.

자기과시가 심해지면, 남을 무시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뭐든지 적당히.

내려놓음을 연습하고, 언행을 조심하되, 스스로 솔직해지자.

앞으로 평생의 숙제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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