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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Sep 27. 2024

학원 안 가도 공부 잘해요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태권도 학원 이외의 학원은 보내지 않고 집에서 학습지를 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나는 우리 아이가 충분히 공부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가 학교에서 제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게 기특하다.

수업 시간에는 돌아다니지 않고 떠들지 않고 선생님의 말씀을 계속 듣고 있어야 한다.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일방적으로 선생님이 알려주는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이런 수업은 지루하고 힘들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그 수업을 들어야 한다.

딴짓하고 싶고, 친구랑 얘기하고 싶고, 놀고 싶은 마음을 참고 수업을 듣는 아이가 대견하다.


학교 생활에서 교과목 보다 중요한 것은 선생님과 친구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선생님께 예의를 지키고, 친구들에게 고운 말을 쓰고, 친구를 놀리지 않고, 친구와 같이 노는 법을 배운다.

학교는 여러 사람을 만나는 곳이다.

나와 잘 맞지 않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친구랑 싸우기도 할 것이다.

분쟁이 있을 때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는지 배우는 게 인생에 진짜 필요한 공부다.

아이들이 사회성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학교에 자유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이 친구와 대화하고 놀 수 있는 시간은 쉬는 시간 10분밖에 없다.

화장실 갔다 오기도 바쁘고 친한 친구와 잠깐 놀다 보면 벌써 수업 종이 울린다.

우리 아이는 같은 반 아이들 중 아예 말 한마디 안 해본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부족한 사회성 공부를 아이는 놀이터에서 한다.


우리 동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많다.

학교에서 학원 가는 길목에 놀이터가 있어서 아이들은 학원 가기 전에, 학원 끝나고 나서 놀이터에 논다.

학원을 가지 않으면 친구를 만날 수 없다는 요즘 시대에 그나마 다행인 건지 씁쓸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교실에서는 같이 안 놀았던 친구도 놀이터에서 보면 반갑게 아는 체하고 같이 논다.

처음 보는 아이와 놀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놀기 위해서는 놀이의 규칙을 정하고 지켜야 한다.

의견을 조율하고 배려하고 협동한다.

이보다 더 좋은 공부가 있을까?!

같이 놀 친구를 찾지 못해 혼자 놀 때도 있다.

그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것도 경험이다.


집에서도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기, 내 의견 말하기를 배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간단한 집안일을 하면서 우리 가족에게 기여하는 법도 배운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사랑해 말하고 포옹하면서 사랑을 배운다.

화가 날 때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내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다.

감정 조절과 표현은 나도 너무 어려워서 아이와 함께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는 공부를 충분히 잘하고 있다.

아이들이 국영수 점수로만 평가받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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