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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Jun 02. 2022

엄마는 어렸을 때 실수 안 했어?

아이들은 실수를 많이 한다.

물을 쏟기도 하고 과자를 흘리기도 하고 옷을 더럽히기도 한다.

아이의 실수에 너그러워지려고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아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닌 걸 아는데도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난다.


잔뜩 찌푸려진 엄마의 얼굴을 보고 아이는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미안해."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건 아니었다.

이건 아이의 잘못이 아닌 실수니까.

나는 그저 이 상황이 짜증 났을 뿐이었다.
의기소침해진 아이의 모습을 보면 내가 더 미안해졌다.


어떨 때는 아이가 당돌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아이가 빨대로 음료수를 마시다가 빨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아휴~ 정말!"이라고 하며 빨대를 주워서 물티슈로 닦았다.

짜증을 내고 있는 나에게 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어렸을 때 실수 안 했어?"


지가 실수해놓고 뭐 이렇게 당당한가 괘씸한 생각이 들다가 아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기에 할 말이 없었다.

나도 어렸을 때 참 많은 실수를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실수를 한다.

넘어지기도 하고 물을 쏟기도 하고 물건을 망가트리기도 한다.

아이보다 횟수는 적겠지만 여하튼 나도 실수를 한다.

그런데 내가 실수했을 때 옆에서 짜증을 내고 핀잔을 주면 정말 기분이 나쁠 거 같다.

예를 들어, 내가 실수로 물을 쏟았는데 남편이 "아~ 진짜. 조심 좀 해."라고 짜증을 낸다면 진짜 서운하고 화까지 날 것이다.


아이의 실수에 부모가 욱하는 건 그 뒤처리를 부모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물을 쏟았을 때 화내지 말고 아이가 그 물을 닦게 해 주라고 해서 그렇게 해봤다.

하지만 아이가 치울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아이는 매트 사이사이에 스며들어간 물은 닦지 못한다.

아이가 치워도 결국은 내가 다시 치워야 한다.

그래서 한숨이 나온다. 짜증이 난다.


그래도 짜증을 참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려 노력해본다.

나의 고생만 생각하면 아이의 마음은 놓치게 될 테니까.

아이는 실수를 해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도 있을 것이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혼나는 것이 억울하고 섭섭하기도 할 것이다.


역지사지.

내가 아이의 상황이라면 나는 나의 부모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을지 생각해본다.

한숨과 짜증은 절대 아니다.

엄마 아빠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이해하려 할 때 아이도 엄마 아빠를 이해하려 할 것이다.

역시 육아는 도를 닦는 일이다.

오늘도 도를 닦으며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란다.

내가 아이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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