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아, 엄마는 가끔 무서운 꿈을 꿔.
어제는 이런 꿈을 꿨어.
엄마가 지하주차장에 있는데 건물 기둥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거야.
엄마는 우리 집을 향해 뛰어갔어.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가득했어.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속이 타들어갔어.
집까지 가는 동안 엄마는 단 하나만 생각했어.
'휘영이를 찾아야 해.'
꿈속에서 넌 집에 혼자 있었어.
건물은 곧 무너지려고 했고 난 어떻게든 집에 가서 널 데리고 나와야 했어.
엘리베이터가 20층에 도착했어.
그때 문자가 왔어.
'엄마, 나 좀 무서워.'
울음을 간신히 참고 있는 얼굴의 사진도 함께 왔어.
혼자서 두려움을 참고 있을 널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졌어.
곧 난 우리 집 앞에 도착했어.
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어.
깨자마자 내 옆에 있는 너부터 찾았어.
자고 있는 너의 팔을 살포시 잡았어.
널 만지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어.
아, 나의 아이가 무사하구나!
또 지독히 안 좋은 악몽을 꾸었구나.
나는 종종 악몽을 꿔.
불이 난 집에 네가 혼자 있는 꿈,
널 잃어버린 꿈,
네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는 꿈.
상상하기 조차 싫은 끔찍한 꿈을 꾸고 나면
내가 너에게 바라는 건 단 한 가지뿐이란 걸 다시 깨달아.
그건 바로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야.
그냥 네가 이 세상에 살아있으면 돼.
너는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기쁨이고 행복이야.
널 잃은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어.
휘영아, 엄마는 널 키우면서 많은 바람들을 가졌었어.
네가 좋은 사람이 되기를
언제나 행복하기를
생각이 깊은 사람이 되기를
자기가 살고 싶은 인생을 멋지게 살기를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건강하기를
솔직히 지금도 바라지만
이건 엄마의 욕심일 뿐인 거 같아.
누구나 아플 수 있어. 다칠 수도 있고 병이 걸릴 수도 있어.
실패할 수도 있고 좌절할 수도 있어.
때로는 누군가에겐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어.
행복하지 않은 순간도 있지.
인생의 갈피를 못 잡을 때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원래 인생이 그런 걸 엄마도 이제야 알겠어.
때로는 넘어지고 깨지고 아플 수도 있어.
엄마가 그걸 막아주진 못해.
하지만 네가 힘들 때 마음껏 울 수 있게 품을 내어줄게.
슬픔이 지나가면 기쁨이 찾아올 거야.
엄마는 네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고마워.
엄마의 아들이 되어줘서.
이 세상에 존재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