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아, 네가 아프면 엄마는 속상해.
하지만 그렇다고 네가 아픈 걸 엄마에게 숨기지 않으면 좋겠어.
엄마에게 혼날까 봐 걱정하지 않기를 바라.
어제 넌 담벼락에 오르려 하다가 벽돌에 손을 긁혔어.
손바닥에 살짝 피가 났지.
너는 내 눈치를 보면서 말했어.
"미안"
아픈 건 넌데 왜 나한테 미안하다고 할까?
아빠한테는 말하지 말아 달라는 너의 말을 듣고 우리가 그동안 잘못 행동했었나 돌아보게 되었어.
장난치다가 다쳤을 때
"그러니까 하지 말랬지. 으휴~"
이런 핀잔이 널 눈치 보게 만들었을까?
"조심해" "뛰지 마"
이런 우려가 '나는 다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을까?
그랬다면 미안해.
사람은 누구나 다쳐. 누구나 아파.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네가 장난치다가 다쳤더라도 그건 엄마 아빠한테 혼날 일이 아니야.
가장 아픈 건 너 자신인데 혼날까 봐 그 아픔을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 이렇게 하면 다치는구나' '이런 상황에서는 조심해야 되는구나'
네가 스스로 깨닫고 배우려면 그 과정에서 다칠 수밖에 없어.
그러면서 배우는 거야.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 눈치 보지 마. 두려워하지 마.
엄마도 자라는 동안 참 많이 다쳤었어.
지금의 너처럼 우다다다다 뛰어다니길 좋아해서
뛰다가 넘어져 무릎이 깨진 적도 많았어.
뭐 만들다가 가위나 칼에 손이 베인 적도 많았지.
어른이 되고 나서도 다쳤어.
몸보다는 마음이 다친 적이 많았지.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내가 못난 사람처럼 느껴질 때,
잘못 투자해서 돈을 잃었을 때
마음이 참 아팠어.
하지만 그러면서 배웠어. 지금도 인생을 배우고 있어.
엄마는 네가 아프지 않길 바라지만 이건 욕심이라는 걸 알아.
아프지 않고 자라는 사람은 없어.
몸의 상처도, 마음의 상처도 엄마에게 숨기지 말아 주기를
내가 치료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같이 기다려줄 수 있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