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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Sep 12. 2024

못해도 재밌다

나의 남편은 뭐든 잘한다.

노래, 자전거, 수영, 탁구, 배드민턴, 게임, 운전 기타 등등

그래서 우리가 어떤 걸로 시합을 해도 남편이 항상 이긴다.

약 오를 때도 있었지만 무엇이든 조금씩은 다 할 줄 알고 잘하는 이 사람이 참 신기했다.

처음엔 경험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놀면서 노래방이나 오락실에 자주 가고 운동을 많이 해서 잘하게 된 건가 했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오락실에 갔다.

오락실에 펌프가 있었다.

남편은 펌프 위에서 날아다녔다.

제일 어려운 곡의 제일 어려운 단계도 깔끔히 클리어!

학생 때 오락실에 얼마나 다녔던 걸까 웃음이 났다.

아이는 아빠를 보고 자기도 펌프를 하고 싶다고 했다.

레벨 1, 2를 하며 재미를 붙인 아이는 더 높은 레벨을 하고 싶어 했다.

당연히 레벨 3에서는 다 틀리고 F를 받았다.

아이는 틀려서 성질을 내다가도 펌프를 또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지나가다 오락실이 보이면 펌프를 하러 들어갔고 펌프가 있는 오락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 아이는 '터키행진곡' 레벨 3을 완벽하게 클리어한다.


아이의 펌프 실력이 느는 걸 보면서 왜 나는 펌프를 못하고 우리 남편은 펌프를 잘하는지 알게 됐다.

나도 어렸을 때 펌프를 안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빠가 집에 DDR도 사줬었다.

접었다 폈다 하는 천같이 생겼던 DDR이 집에 있었던 게 기억난다.

그런데 나는 펌프를 못한다.

왜 나는 펌프를 못하는지 생각해 보니 나는 못하는 게 싫었다.

박자를 못 맞추고 자꾸 틀리고 F를 받는 게 싫었다.

틀리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그래서 안 하다 보니 결국 못했다.

우리 아이는 화를 냈다가도 펌프를 다시 했다.

나는 그게 신기했다.

"펌프 재밌어?" 물어보니 아이는 "응! 재밌어!"라고 했다.


못해도 재밌다.

이게 비결이었다.

우리 신랑도 분명 처음엔 펌프를 어려워했을 거다.

엄청 틀리고 F도 많이 받았겠지.

그래도 재밌어서 하고 또 하고 그러다 S를 받았을 거다.

펌프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도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못해도 재밌어야 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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